중국이 창업 대국으로 부상했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차이나 드림’을 쫓는 벤처 기업에 몰리고 있다.
18일 중국 조사기관 칭커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벤처캐피털(VC)이 벤처기업에 투자한 자금은 1293억위안(약 24조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5% 증가했다. 약 614억달러(약 75조2000억원)인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중국인 창업 열기는 왕성하다. 지난해 중국 신설법인은 443만9000개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루 평균 1만2000개가 생겨난 것으로 전년 대비 21.6% 증가한 수치다. 이는 중국 정부가 스타트업 지원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는 데다 알리바바, 샤오미, 디디콰이디 등 혁신기업이 속속 등장하면서 창업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大衆創業 萬衆創新)이라는 구호 아래 청년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각종 세금과 수수료를 감면하고 스타트업에 금융권 대출도 활발하다.
중국 상하이시 발전개혁위원회는 스타트업에 투자해 손실을 입은 엔젤투자자에게 연간 최대 600만위안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수립,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엔젤투자자가 과감하게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안전판을 제공한 것이다.
기업공개(IPO) 이외에 인수합병 등 다양한 출구전략 수단이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른바 ‘BAT’라 불리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은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스타트업 순환 생태계를 조성한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에 구축된 창업 거점도 한 몫한다. 베이징 중관춘(中關村) 일대는 우수 인력과 정책 지원 및 자금이 몰려 중국 전체 창업투자 3분의 1이 집중됐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라는 별칭이 붙었다. 중관춘에는 유수 대학 및 국책연구기관 고급인력과 해외에서 귀국한 우수인력이 풍부해 중국 정부의 전략적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이 내수시장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요인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없다”는 말은 중국 스타트업 현실을 말해준다. 또 대부분 스타트업이 선진국 사업모델을 따라하는 모방 형태에 머물러 있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활발한 벤처 투자에서 혁신을 끌어내느냐가 중국이 벤처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