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국제 표준화가 다음달 완료되면서 본사업 예산 책정과 칩 제조사 단말 칩 공급 시기가 성공 요소로 떠올랐다. 정부는 내년 말까지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어서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예산 확보와 적시 단말 공급 등 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민안전처 재난망 구축기획단이 본사업 총사업비 산정에 착수했다. 6월 말까지 기획재정부에 예산요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정보전략계획(ISP) 결과를 참조해 올해와 내년에 쓰일 총사업비를 도출한다. 6월 완료 예정인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보정한 후 최종 예산 규모를 확정한다.
지난해 초 나온 ISP에 따르면 운영비를 제외한 재난망 총사업비(구축비+단말 비용)는 약 1조원이다. 이 가운데 올해 하반기에 착수할 확산 사업과 내년에 진행할 완료 사업 예산은 5000억원 정도다. 안전처는 지난해 확산 사업 예산을 목적예비비 명목으로 약 2777억원을 책정했다.
업계는 목적예비비로 책정된 확산사업 예산이 올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 내년 완료 사업 예산을 적정 규모로 확보하는 게 총사업비 산정의 핵심 과제로 꼽는다. 완료사업 예산은 단말 비용을 제외하고 2300억~2400억원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심진홍 재난망 구축기획단장은 “ISP뿐만 아니라 시범사업 상세설계 결과에 맞춰 총사업비를 산정해 기재부와 협의할 것”이라면서 “예산만 확보된다면 올해 하반기에 확산 사업을 시작하고 내년 초 완료 사업을 발주, 사업을 2017년 내에 완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사업이 제대로 완료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재부가 수천억원이 필요한 대형 정보화 사업 예산 책정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난망 사업 성공의 또 다른 요건은 단말 칩 공급이다. 소방과 경찰 등 일선에서 쓰는 무전기는 재난망 핵심 도구다. 표준화에 맞춰 개발된 칩이 없다면 사업을 정상으로 완료할 수 없다. 재난망 국제표준화는 오는 3월 완료된다. 문제는 칩 제조사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칩을 공급해야만 내년 하반기에 단말이 제작·공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유력한 칩 제조사인 퀄컴은 3월에 표준화가 완료되더라도 당장 재난망용 칩 제작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재난망 단말 수요(20만대)를 위해 칩을 제작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퀄컴은 공식적으로 “재난망 칩을 언제 개발할 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면서 “시장 요구가 많다면 빠른 개발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언제 개발된다고 장담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재난망 표준에 맞는 칩을 개발, 내년 초에 공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직접통화(D2D), 단독기지국 등 재난 필수 기능을 지원하는 칩을 올해 안에 삼성전자가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퀄컴이 칩을 개발하지 않더라도 단말 공급 일정에 문제가 없게 된다.
심 과장은 “어떤 제조사가 됐든 국제 표준에 맞춰 기능과 성능에 문제없이 개발해 공급한다면 사용을 검토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이 자발적으로 칩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