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망 빌려쓰는 12개 업체 266만명 본인인증 안돼 큰 불편
알뜰폰 사용자 두 명 가운데 한 명꼴로 휴대폰 소액결제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폰과 이동통신사, 결제대행사 3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알뜰폰 600만 시대를 넘어 추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액결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통신망을 임대한 알뜰폰 사업자는 휴대폰 소액결제가 안 된다. 소액결제를 시도하면 ‘이용하는 통신사를 정확히 확인해 달라’는 문구만 나온다. KT와 LG유플러스망을 임대한 사업자는 이런 문제가 없다. 기자가 직접 SK텔레콤 사업자 휴대폰을 가지고 국내 양대 포털사이트에서 소액결제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국내 알뜰폰 38개사 가운데 12개 업체가 SK텔레콤 망을 빌려 쓴다. 가입자 수로는 266만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알뜰폰 45.5%에 해당한다. 알뜰폰 사용자 두 명 가운데 한 명(KCT 가입자 제외)은 휴대폰 소액결제가 안 된다. SK텔레콤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 안 되는 사람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생긴 직접 이유는 본인인증 때문이다. 휴대폰 소액결제를 하려면 본인인증을 해야 한다. ‘이통사명-전화번호-주민번호’가 일치해야 한다. 이통사는 자신이 보유한 가입자 정보와 입력된 정보가 일치하면 인증을 해 준다.
알뜰폰도 ‘알뜰폰명-전화번호-주민번호’가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결제창에는 대부분 알뜰폰 사업자 이름이 없다. 이통사가 본인인증을 대신 해 주기 때문에 필요가 없는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 알뜰폰이 그렇다. 예를 들어 KT망을 임대한 A알뜰폰에 가입한 사람이라면 결제창에서 A알뜰폰 업체 이름을 찾을 필요 없이 ‘KT’를 선택하면 본인인증이 되는 시스템이다.
SK텔레콤은 이게 안 된다. 인증을 대신 해 주지 않는다. 알뜰폰 사업자가 직접 휴대폰 결제대행사(PG)와 계약해서 이 작업을 해야 한다. 수수료 등 복잡한 문제가 있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형편이 나은 CJ헬로비전과 KCT만이 지난해 직접 결제 업무를 시작했다.
이런 차이가 생긴 이유는 이통사 전산망 운영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자신들이 고객 관리를 하는 전산시스템으로 알뜰폰 고객도 관리해 준다. 요금 정산이 핵심이다. 요금고지서도 발송해 주고 돈도 받아 준다. 그 대신 알뜰폰 사업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당연히 소액결제 작업이 수월하다.
SK텔레콤은 이렇게 안 한다. 알뜰폰용 전산시스템을 따로 만들고 이걸 알뜰폰 사업자에 빌려줬다. 요금정산을 대신 해 주지 않는다. 사업자가 이 자료를 받아다가 알아서 해야 한다. 한마디로 SK텔레콤은 알뜰폰 결제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것이다. SK텔레콤은 누구에게나 망을 열어 줘야 하는 망의무제공 사업자이다 보니 이런 작업까지 일일이 해 줄 수가 없다.
알뜰폰 업계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휴대폰 소액결제 문제는 결국 알뜰폰 사업자가 소극적으로 대처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통사에 결제 기능을 적극 요구하거나 PG사와 계약을 맺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그걸 소홀히 했다는 반성이다.
실제로 알뜰폰 업체 가운데는 소액결제 기능을 요구하는 가입자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이 문제를 뒷전으로 제쳐둔 곳이 많다.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알뜰폰이 저렴하다고 해서 이통사와 서비스에서 차이가 나선 안 된다”면서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 가운데 하나인 휴대폰 소액결제가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알뜰폰 업계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