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기간에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구조조정을 하던 일본 샤프 이사회가 회사 인수 우선 협상권을 대만 훙하이정밀에 부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훙하이는 아이폰 제조업체로 잘 알려진 폭스콘의 모회사다. 전자기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세계 최대 기업이다. 그래도 한때 세계 전자업계에서 명성을 떨치던 샤프 지명도에는 미약한 수준이다.
훙하이는 샤프 인수에 총력을 기울였다. 인수 경쟁을 벌이던 일본 산업혁신기구(INCJ)가 제시한 금액의 두 배인 7000억엔을 베팅했다. 결국 샤프 이사회는 인수에 적극성을 보인 훙하이의 손을 들어 줬다.
이 결정은 일본 사회와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일본 산업 분위기 상 해외 자본으로 기업 매각에 인색해 하던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정이었다. 일본 전자산업을 이끌던 샤프가 한 수 아래로 본 대만 업체에 인수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샤프를 분할해 일본 전자산업을 재편하려던 일본 정부의 구상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912년에 설립된 샤프는 가전제품, 사무용기기, 액정디스플레이 등에서 업계를 선도했다. 그러나 성장 동력 발굴과 투자 실패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한국과 중국 업체가 급부상한 것도 붕괴를 부채질했다. 훙하이의 샤프 인수는 전자업계에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지난달 100년 전통의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문이 중국 하이얼에 인수된 것이 대표 사례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다가 삐끗하면 회사 운명이 엇갈린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산 저가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전자산업에 샤프 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제라도 산업 지형도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제조 기술과 샤프, GE 글로벌 브랜드가 합쳐지면 우리 전자산업에 타격을 줄 것이다. 과거에는 글로벌 전자산업을 쥐락펴락했지만 현재 구조조정 회오리에 휩싸인 일본 전자업계 모습이 우리 모습이 될 수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