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통합(NI)업체가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직원에게 주는 월급조차도 지급이 힘든 회사까지 나왔다. 지난 2~3년간 사업 발주가 급격히 줄면서 적자를 견디지 못한 NI업체가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매출 100억원대 안팎 중소 NI업체가 자금 유동성 문제로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다. 설비시장이 얼어붙자 인건비를 줄이며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의도다. 이동통신사 네트워크 사업을 하청받은 A회사는 지난 한해만 직원 30여명을 내보냈다. 회사 대표는 “이통사 네트워크 설비 투자가 줄어들다보니 사업 발주도 줄었다”며 “금융 대출 등으로 겨우 인건비를 충당하고 있었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비슷한 기업은 비일비재하다. 또 다른 회사는 네트워크 장비 테스트와 성능 측정을 하던 연구개발(R&D)센터를 폐쇄했다. 기술지원 인력이 떠나면서 사무실 공간이 불필요해진 셈이다. 남은 기술지원 인력은 영업직원과 같은 사무실을 사용한다.
NI 업계가 허덕이는 데는 사업주기(라이프사이클)와 관계가 깊다. 업계에서 네트워크 사업 발주 후 돈이 들어오는 납품 완료까지 최소 6개월, 최대 2년으로 잡는다. 발주 후 벤치마크테스트(BMT)를 통과하고 발주처 환경에 맞게 시스템을 개발한다. 모든 이상 유무를 확인한 후 납품 완료 도장을 받고 대금을 지불 받는다. 입찰에 성공했다고 바로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다. 사업기간 동안 회사를 운영하는 비용을 대부분 전년도 수익으로 충당한다.
장비를 직접 제조해 공급하는 업체는 그나마 여건이 나은 편이다. 이동통신사가 사업 때마다 납품 단가를 낮춰 장비를 사다 납품하는 NI 업체는 피해가 심각하다. 한 NI업체 대표는 “이동통신사에서 매번 납품 단가와 인건비를 낮추려 해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NI 업체가 ‘을’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갑’인 이통사 요구를 거절하긴 힘든 실정이다.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에서는 통신사 장비 납품 단가가 매년 20%정도 낮아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롱텀에벌루션(LTE) 통신 설비를 구축할 때만해도 벌어들인 자금으로 회사 운영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 2~3년은 설비 투자가 급감해 수익도 바닥을 쳤다. NI업체가 사업을 이어나가려면 대출을 해서 직원 월급을 챙겨야한다는 말이 도는 이유다.
업계는 올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영세 NI가 파산·법정관리 등으로 시장에서 퇴출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를 기점으로 매출 1000억원 안팎 중견 수준 기업을 제외하고 소규모 네트워크 업계는 정리가 될 것”이라며 “통신사의 설비투자가 줄어든 악영향이 이제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통합(NI) 주요 업무(자료 : 업계 종합)>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