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금융포럼 지상중계]핀테크 2016, 진흥에서 확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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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스마트금융포럼’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렸다. 김동환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장이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프로 스포츠에는 2년차 징크스가 있다. 데뷔 해에 뛰어나게 활약했던 신인이 2년째 접어들어 부진을 보이는 사례가 많다.

국내 핀테크 산업도 2년차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핀테크 중흥을 위해 제도 개선과 각종 규제 완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올해는 한국 핀테크 산업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 확산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많은 시장 참여자는 2년차 징크스를 극복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자신문은 제4차 스마트금융포럼 조찬에서 ‘한국 핀테크 2년차 징크스’를 극복하고 해외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기 위한 이정표를 제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참석자

고정현 우리은행 스마트금융본부장

김동환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장

김수화 라이나생명 전무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

성기윤 비씨카드 핀테크사업실장

손병환 NH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장

윤완수 웹케시 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전융 금융보안원 금융전략본부장

조용찬 IBK시스템 대표

이상엽 K뱅크추진TF팀장

한동우 KB투자증권 IT센터장

함정식 여신금융연구소장

홍필태 하나카드 미래사업본부장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부국장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부국장)=지난해는 핀테크 광풍이 몰아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4시간 금융거래가 가능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가 이뤄졌고 크라우드 펀딩 등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가 출발점에 섰다. 하지만 전통 금융사 입장에서 핀테크가 달가운 것만은 아니다. 핀테크 혁신에서 뒤떨어지면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핀테크 산업을 확산시키려면 정부와 IT기업, 금융권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핀테크 정의를 내리고자 많은 고민을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하면서 업의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찾았다. 핀테크, 한발 더 나아가 인터넷전문은행 본질을 DSLR와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 설명하겠다. 가격이 비싼 DSLR로 사진을 찍으면 매우 완성도 높은 사진이 나온다. 하지만 현실에서 대부분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중요한 것은 DSLR 상품가치가 아니라 휴대폰 접근 편의성이다.

핀테크 사업 성공은 금융 채널 개념에서 탈피해 얼마나 고객에게 접근성(Accessbility)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전통 은행은 상품을 팔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고객 문제를 해결해주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접근성이 뛰어난 금융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접근성이 뛰어난 금융사가 2020년에는 경쟁력을 갖고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고정현 우리은행 스마트금융본부장=인터넷전문은행, 크라우드 펀딩, 계좌이동제, 결제 수수료 무료화 등 핀테크 접점에 있는 다양한 사업이 전통 금융권을 크게 위협한다. 전통 금융사가 예대마진으로 먹고 사는 시대는 저물었다. 그럼에도 고무적인 것은 우리나라 IT가 우수하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올해 한국 핀테크는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IT기업과 금융권이 공동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 융합사업 형태로 가야 한다. 이미 해외 시장에 진출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을 예로 들면 약 10% 순익을 내고 있다. 좋은 성적이다. 반면에 일본계 은행은 해외에서 30% 이상 수익을 거둬들인다. 경쟁도 중요하지만 협업체계를 구축해 IT와 금융 노하우를 접목시켜 해외로 동반 진출하면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확신한다. 앞으로 금융사와 IT기업 간 영역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기윤 비씨카드 핀테크사업실장=접점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전통 금융사가 위기라는 말에 공감한다. 고객이 결제에 쓰는 시간은 상당히 짧다. 반면에 뱅킹은 카드 결제보다 고객이 접점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다. 카드업계는 핀테크 간편 결제 등으로 이 짧은 접점마저 잃어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협업과 개방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비씨카드도 자사 애플리케이션만으로 결제 시장을 움켜쥐려는 생각은 일찍 버렸다.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를 API화해 다른 앱과 연동하는 체계를 갖췄다. 오픈과 협업체계를 금융사가 갖춰야만 고유 영역을 지키는 경쟁도구가 된다.

◇사회=인터넷전문은행과 전통은행을 ‘경쟁자’라고 말한다. 간편결제기업과 카드사도 경쟁자로 불린다. 협업 중요성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핀테크 협업체계를 만들어야 하는가.

◇함정식 여신금융연구소장=핀(Fin)과 테크(Tech)를 주도권 다툼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금융은 오랜 역사를 가진 중요한 산업이다. 기본 역할은 자금 중계며 소액을 큰 덩어리로 만드는 산업이기도 하다. 이것이 금융이다. 하지만 은행 산업구조는 5%가 채 안 되는 수익을 낸다. 금융당국이 가격까지 컨트롤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금융 산업에서 공익성, 소비자 보호 룰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핀테크가 모든 금융업을 바꾸고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통금융과 호흡을 같이 맞춰서 가야 한다. 핀테크 사업이 성공하려면 전통금융이 먼저 생존해야 한다, 규제만 강하고 수익성을 점차 깎아내리는 구조는 핀테크 산업도 같이 죽을 수밖에 없다.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를 제로화하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어느 나라도 이 같은 사례는 없다.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면 카드사는 이를 회원에게 전가한다. 중금리 대출도 마찬가지다. 대출해주는 사람 신용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 개인 신용평가를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해선 안 된다. 자율성을 더 많이 담보해주고 은행과 핀테크업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

◇손병환 NH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장=고민이 많다. 올해 농협은행은 핀테크 기반 사업을 고도화하고자 인력 보강과 스마트금융 전담부서 확대 등을 꾀했다. 작년에는 인력만 보강하면 어떤 핀테크 사업이든 다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막상 체계가 갖춰지니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 우리가 20평짜리 아파트를 살 때 30평 욕심이 난다. 하지만 정작 돈을 벌어 이사를 하면 40평을 보게 된다.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금융사업 자체가 IT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금융사도 마찬가지다. 뚜렷한 방향성을 담지 못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금융사가 핀테크 분야에서 파이프라인,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하지만 구체적 실행방안 등을 찾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아울러 기존 신용카드 기반에서 수수료를 제로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수수료를 낮출 순 있다.

◇사회=국내 핀테크 사업이 해외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는 핀테크산업을 확산해야 한다. 대안을 제시해달라.

◇홍필태 하나카드 미래사업본부장=핀테크 확산을 위해 이종사업자 간 유효 경쟁이 될 수 있는 판이 마련돼야 한다. 제도 지원도 필수다. 핀테크는 벤처가 아니다. 벤처라고 하면 좋은 아이디어로 가입자를 모으지만 핀테크는 이미 유저를 보유한 업체를 활용해 성장한다. 알리페이, 텐센트도 엄청난 가입자를 보유한 상태에서 핀테크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국 페이팔도 마찬가지다.

이미 금융사는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1000만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한 상황에서 IT기업에 전통금융사 생존권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전망에 100% 수긍하지 않는다, 조금 밀릴 수는 있다. 결론은 시장에 핀테크 접점 사업자가 4~5곳은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야 스타트업 기반 핀테크 기술을 고객이 믿을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IT기업, 전통 은행이 고객 접점 확보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협업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비대면 인증 등 우리가 보유한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다.

◇조용찬 IBK시스템 대표=기업은행은 핀테크 접점 찾기 노력을 지금까지 꾸준히 해왔다.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도 추진했다. 현재 기업은행은 아이원뱅크라는 모바일플랫폼에서 다양한 핀테크 접점을 찾고 있다. 대면 창구에서 취급하는 상품 중 60% 이상을 가입부터 취급까지 모바일로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결국 모바일 플랫폼 경쟁이 될 것이다. 다만 기존 인터넷뱅킹 채널을 함께 보강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아울러 국내 핀테크 비즈니스가 너무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업 다변화가 필요하다. 기업금융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 기업 법인카드 시장 등으로 핀테크를 융합하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

◇이상엽 K뱅크추진TF팀장=K뱅크 컨소시엄이 실제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하면서 상생과 융합을 기치로 내걸었다. 예비 인가를 준비하며 밤낮으로 참여 기업과 회의를 하고 아이디어를 짰다. GS리테일, 현대증권, 한화생명 등 여러 사업자가 머리를 맞대니 상상 이상 결과가 나왔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끌어내고 공유했다. ‘회의를 했더니 가슴이 뛴다’는 분도 계셨다. 결국 핀테크 성공 열쇠는 상생이다. 상생을 해야 금융 플랫폼 차별화가 가능하다. 한 사업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플랫폼을 창출해야 한다. 금융업무 시간 점유 축소가 주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사회=국내 핀테크 사업이 너무 은행권 위주로 쏠린다는 지적도 있다.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알서포트는 원격지원 솔루션 전문기업이지만 최근 비대면인증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실 IT기업이 핀테크 시장에서 ‘갑’이 될 수 있는 희망을 가져본다. 하지만 핀테크에 부푼 기대도 좋지만 산업 전체 맥을 짚고 과거를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핀테크 사업은 온천이다. 온천은 원탕 줄기를 모든 공급자가 제공받아야 한다. 만일 한 명이 나만 쓰겠다고 독점하면 다른 사람도 원탕을 팔 것이다. 결국 온천은 말라 버릴 수밖에 없다. 핀테크 시장에서 IT기업은 원탕의 온천수가 잘 흐를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 접점에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IT기업과 함께 만든다면 상생 모델이 나올 것이고 해외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김수화 라이나생명 전무=핀테크 열풍은 참 요란하다. 반면에 과거 SNS와 게임 콘텐츠는 엄청난 성장을 했지만 조용하게 넘어왔다. 고객이 먼저 원했기 때문이다.

핀테크도 고객이 먼저 선택하고 참여사가 따라가야 한다. 전통 금융사는 위기라고 이야기하지만 이번 기회에 혁신하라는 고객 주문이다. 그동안 보험은 핀테크 분야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다. 은행과 카드사가 중심이었다.

지난해 보험업계는 상품과 가격 자율화가 몰아쳤다. 엄청난 이벤트였다. 앞으로 보험상품을 정부 승인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하라는 것이다. 보험 다모아도 오픈했다. 우리나라 국민이 1년에 내는 보험료만 150조원이다.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보험시장에는 보험 세일즈맨 약 30만명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보험사나 설계사가 주도하는 사업이 아니다. 고객 주도형이며 이런 측면에서 핀테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험업계도 핀테크 사업에 여러 준비를 하고 있고 조만간 다른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가 핀테크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단적인 예가 있다. 30여개국에 진출해 있는 라이나그룹 마케터가 전부 모여 세 시간가량 공통 주제를 정해 회의를 하기로 했다. 어떤 주제로 할 것인지 조사했는데 80%가 ‘디지털’을 꼽았다. 이제 핀테크는 버블이 아닌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화두가 됐다. 보험업계도 핀테크 성공 가능성이 높다.

◇한동우 KB투자증권 IT센터장=핀테크사업이 진흥에서 확산으로 접어들려면 고객 패턴을 잘 읽어야 한다. 국내 20~30대는 스마트폰을 하루에 약 두 시간 쓴다. 다음 세대는 더할 것이다. 세계 연간 스마트폰 출하대수가 14억8000만대다. 초로 계산하면 1초에 47대다. 모바일을 지향하는 소비자 패턴을 못 따라가면 핀테크는 성공할 수 없다. 서비스 고도화와 지능화도 필요하다. 증권 분야만 보더라도 ‘로보어드바이저’ 시대가 왔다. 사람이 주문하고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모바일과 서버로 수익을 내는 새로운 환경이다. 서비스도 점차 고도화, 지능화되고 속도도 맞춰야 한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MP3P, 내비게이션이 퇴출됐다. 융합 빅뱅이 일어날 것이고 준비해야 한다. 기술 융합보다 업권(상품) 융합이 더 크다. 복합점포가 그 예다. 핀테크 성공은 바로 선제적 융합 대응체계 마련을 어떻게 하는 지가 관건이다.

◇(사회)=핀테크 사업이 너무 진흥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목소리가 있다. 과거 정보유출 등 보안 강화 대책 마련도 중요하다. 보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전융 금융보안원 금융전략본부장=보안은 핀테크와 상반된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핀테크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보안도 핀테크 시장에서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동안 핀테크는 기술 발전에 초점이 맞춰졌다. 핀테크 기업은 서비스 발굴에 주력했고 구체화되는 시점에 와있다. 보안기관 입장에서 핀테크 사업자도 미래 금융사업자다. 보안을 강화하고자 금융보안원도 여러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규제가 아닌 사업을 매끄럽고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방안이다. 은행을 비롯해 증권, 보험, 펀딩사업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보안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상생하는 보안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API를 활용해 금융사와 스타트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 하지만 이들 IT 기반 기업은 컨설팅과 보안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다양한 보안 지원 서비스, 보안관제 분야까지 총괄할 수 있는 지원책을 수립하고 있다.

◇고정현 우리은행 스마트금융본부장=핀테크 사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뒷문 잠그기’다. 아직 많은 국민이 스마트폰 보안 우려를 고민한다. 우리은행도 최근 보안전담 인력을 보강했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배의 목적은 항구에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은 항구를 떠나 바다로 전진할 때다.


정리=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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