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다단계 사전승낙시스템이 내주부터 가동을 시작한다. 불법 논란 속에 음성적으로 진행되던 다단계 판매가 제도를 등에 업고 양지로 나오게 됐다. 시장이 투명해지면 다단계 과정에서 벌어지던 여러 불법 행위와 소비자 피해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에 다단계 시장이 축소될지 아니면 더욱 활성화될지를 두고는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28일 통신업계 따르면 당초 3월 예정이던 다단계 사전승낙시스템 가동 시점이 2월 1일로 한 달 앞당겨졌다. 이통3사로부터 사전승낙 제도와 시스템 운영을 위탁받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1월 초 판매원 교육기능을 먼저 가동하고 3월 시스템을 정식 오픈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를 2월 초 한꺼번에 가동하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KAIT 관계자는 “LG유플러스, KT, SK텔레콤이 가지고 있던 다단계 판매원 이관작업을 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20만건 이상이 넘어왔다”며 “중복되는 것도 있고 새롭게 등록하는 사람도 있어 2월 말이 되면 우리나라 휴대폰 다단계 판매원 전체 규모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단계 사전승낙시스템은 다단계 판매원에게도 일반 판매점에 준하는 사전승낙 제도를 적용하는 게 골자다. 판매원에게 법률과 소양을 교육하고 일정 자격을 갖추면 사전승낙서를 발급한다. 판매 신뢰성을 제고하는 게 목적이다. 판매를 한 후에도 사후관리를 할 수 있도록 이메일 다량 발송과 등록 기능도 포함된다.
KAIT는 기존 무선·유선 판매점 사전승낙·철회 요건을 기반으로 다단계 판매원 사전승낙 요건을 만들었다. 판매원을 위한 교육 콘텐츠도 제작했다. 이통3사가 각각 보유했던 판매원 데이터베이스(DB) 20여만건도 이관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영업활동 지원을 위한 임시 사전승낙서도 발급하고 있다.
시스템이 가동되면 판매원은 온(오프)라인으로 일정 시간 이상 교육을 수료한 후 영업 허가서격인 사전승낙서를 발급받는다. 다단계 판매원은 판매점과 달리 물리적 매장이 없기 때문에 사전승낙서 게시는 패용, 문서로 지참, 휴대폰 저장 등 세 가지 방법이 논의 중이다. 세 방식 모두 허용하되 판매원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휴대폰 다단계는 지난해 이동통신 시장 뜨거운 화두였다. 매월 1만8000~2만명이 휴대폰 다단계로 서비스에 가입한다. 단통법 시행 이후 번호이동 시장이 축소됐기 때문에 이통사별 가입자 순증·순감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숫자다. 산술적으로 2년간 약 20만명을 모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불법이 발생하고 피해 사례가 늘기 시작했다. 판매원 모집 과정에서 출시가 오래 된 구형 단말을 고가에 판매하거나, 다단계로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는 허위·과장광고 사례가 여럿 포착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사전승낙제 등을 담은 ‘다단계 판매지침’을 제정해 시행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의견은 분분하다. 다단계 판매지침과 사전승낙제가 시장을 투명화해 불법을 막을 수 있다는 전망과 인적 판매 특성상 근본적 불법 차단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사전승낙시스템 가동으로 다단계 시장이 축소될지, 오히려 더 활성화될지를 두고도 시각차가 뚜렷하다.
김재철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판매지침 제정·시행 이후 지난해 11월과 12월 다단계 판매 건수가 2000~3000건씩 줄어들었다”며 “지나친 리베이트나 유치 수수료 등에 제약이 생기면서 다단계의 활성 동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스템이 가동되고 난 후 시장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과거보다는 여러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