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과학기술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생존형’이다. 미국, 중국, 캐나다, 러시아 등 선진국처럼 넓은 땅과 풍부한 자원이 없다. 오로지 ‘인적 자원’ 노력으로 국가산업 기술을 개발하며 기적을 써 왔다. 그 뒤에는 바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있다. KIST는 1966년 설립 이래 50년 동안 주요 산업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50년 전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기업, 대학 등 연구 주체도 다양해졌고 인류가 극복해야 할 고령화, 기후변화, 자원고갈 등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병권 KIST 원장은 “글로벌 메가트렌드와 연계돼 우리나라도 머지않은 미래에 인구구조, 기후변화라는 문제를 직면해 사회 모든 부분의 재설계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대학이나 기업에서 할 수 없는 미래 먹거리와 미래 연구를 KIST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KIST 뇌과학 연구소는 미래 연구를 선행한 대표적 예다. 이 원장은 “15년 전 뇌를 연구대상으로 보지 않던 시절 ‘뇌연구’를 KIST가 가장 먼저 시작했다”며 “치매진단키트, 치매 치료물질 개발 등 가시적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으며 KAIST, 서울대 등에 뇌연구가 퍼지며 일반화됐다”고 말했다.
다음달 1일에는 KIST가 개발한 ‘치매진단키트’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는 조인식을 연다. 현재는 치매를 진단하려면 MRI 등을 찍어야 하고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치매진단키트는 피 한방울로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 진단키트가 상용화되면 노인 인구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고, 치매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KIST는 올해 ‘양자컴퓨터’와 ‘나노신경모사 반도체 개발’ 사업에 중점을 둔다. 향후 전개될 포스트 실리콘, 디지털시대 컴퓨팅 환경에 대비한 초석을 다지려는 움직임이다. 지난해에는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차세대반도체 연구소’와 ‘로봇·미디어 연구소’를 신설하기도 했다.
KIST는 고령화와 도시화, 기후변화 에너지 고갈 등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해 연구할 방침이다. 초고령화로 급증할 노인성 질환과 고령자 삶의 질 제고를 위한 뇌과학·의공학기술을 개발한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급격한 도시화 발생하는 도시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에너지·환경기술 개발에 연구 역량을 모은다. 대한민국 성장동력을 창출할 첨단소재와 차세대 반도체 연구, 과학기술과 ICT의 융합 등 차세대 소재·시스템 기술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홍릉을 중심으로 글로벌 지식클러스터도 조성한다. 이 원장은 “홍릉에 있던 국가 연구소가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홍릉이 공동화된 측면이 있다”며 “역사성이 있는 지역인 만큼 KIST 반경 2㎞ 이내에 12개 대학과 함께 연구개발 등을 진행하며 홍릉을 과학기술 공간으로 재도약하기 위해 변모시키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올해 하반기에 지식클러스터의 가시적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