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비대면 본인확인 늘며 신분증과 다른 얼굴에 진땀
#A씨는 취업 전 이미지 개선을 위해 쌍꺼풀, 눈매 교정과 헤어라인 교정 성형을 했다. 부드러워진 인상으로 취업까지 성공한 A씨는 이달 첫 출근을 했다. 급여 통장이 필요한 A씨는 비대면 본인인증으로 B은행 신규 계좌 개설을 시도했다. 그러나 “본인 확인이 어렵다”며 상담사는 거래를 거절했다. A씨는 신분증 사진이 업데이트 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창구를 이용해 달라’는 말만 되풀이해 들었다.
비대면 본인확인이 금융권 전체로 확산되면서 금융권이 웃지 못할 고민에 빠졌다.
금융사 상담사가 영상통화로 고객과 신분증 대조 시 과도한 성형과 메이크업으로 본인확인이 어려울 때 겪는 난감함 때문이다.
신한은행, IBK기업은행에 이어 이르면 이달부터 일부 시중은행과 광주은행, 전북은행 등 지방은행은 본인 신분증을 촬영해 전송하고 상담사와 영상통화로 본인인증을 받는 금융서비스를 개시한다.
절차는 ‘휴대폰 인증→신분증 사본 제출→영상통화’로 진행된다.
먼저 통신사에서 휴대폰으로 전송한 6자리 인증번호를 입력하고 스마트폰으로 신분증(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을 앞뒤로 촬영해 전송한다. 이후 상담사와 영상통화해 신분증과 본인 일치 여부가 확인되면 곧바로 온라인상에서 계좌가 개설된다.
대부분 금융권은 영상통화가 다른 비대면 인증 방식에 비해 간편하고 빠르기 때문에 도입을 서둘렀다.
영상통화 방식은 다른 생체인증 방식보다 인프라 구축이 쉽고 투자비용도 적게 든다. 또 신분증 확인과 영상통화 모두 온라인(모바일)으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고 고객은 금융사를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성형, 메이크업, 헤어스타일 변화 등으로 신분증과 현재 모습이 판이하게 달라 본인 확인이 어려워 도입을 꺼리는 금융사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사진과 너무 다르니 영업 창구로 가달라고 거절해야 하지만 대면이 아닌 통화로 거절하면 고객이 더 기분 나쁠 수 있다”며 “요즘은 고등학교 졸업 때부터 쌍꺼풀, 코 수술 등이 보편화됐고 성형수술 시 인상이 바뀌는 경우가 많아 신분증 사진과 대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여성들은 헤어스타일 변화나 눈썹 모양에 따라 달라 보여 판별이 어렵다”며 “영상통화를 통한 신분확인은 시행시기를 미루고 우선 금융 상담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신분증 촬영, 영상통화 등을 통해 디지털 키오스크에서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추가 본인확인 질문이나 타행계좌 확인을 준비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영상통화 시 주민등록증 사진이 너무 오래돼서 본인 확인이 어려워 거절하는 경우가 발생했다”며 “그럴 경우 지점에서 창구 직원이 직접 나서서 고객과 대면 거래로 대신하거나 추가적인 본인확인 질문 등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