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이나 영업점 방문 없이 모바일이나 PC로 계좌를 만들 수 있는 비대면거래가 3월부터 증권까지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증권은 물론이고 은행과 올해 시장에 첫 선을 보일 인터넷전문행과 경쟁도 본격화된다.
NH투자증권이 범 농협지주 협력 차원에서 전국 2000여개 매장을 갖춘 하나로마트에 비대면 거래 거점을 만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모바일을 통해 계좌를 가입한 고객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여러 금융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정재우 NH투자증권 디지털고객본부장은 “증권사 CMA 계좌나 펀드가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데도 불구하고 은행대비 실적 낮은 것은 고객이 접근할 수 있는 창구가 적은 것도 원인”이라며 “비대면 거래는 지점수가 은행대비 10분의 1에 못 미치는 증권사에 큰 기회”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비대면 거래 고객을 맞는 시스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3월이면 별도 앱을 통해 계좌 개설과 상품을 골라 가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신분증 촬영이나 기존 계좌 활용 등으로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NH투자증권이 로보어드바이저 상품 ‘큐보 로보어드바이저’를 지난달 28일 선보인 것도 비대면 고객 잡기 일환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250만원 이상 적은 자산으로도 적절한 자산관리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최근 들어 삼성증권과 대우증권, 키움증권 등이 앞다퉈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내놓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증권사 움직임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등 핀테크로 인한 금융권 변화와도 맞물렸다.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전화 부스나 편의점 등을 고객 창구로 활용하는 전략을 펴 금융사 간 영역없는 전쟁이 불가피하다. 특히 은행권은 인터넷전문은행 출현에 눈을 크게 뜨고 대응에 나섰다. 핀테크가 금융시장에 현실로 다가오면서 운용비용이 적어 상품 경쟁력으로 무장한 인터넷전문은행과 격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디지털 키오스크’를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은행으로선 기존 창구업무 90% 이상을 고객 스스로 처리하도록 설계해 점포 인력을 대체하는 전략을 추구했다.
금리 전쟁도 모바일 고객을 잡기 위한 변화다. 인터넷저축은행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중금리상품을 내놓을 것이란 예측에 은행과 저축은행도 중금리 상품을 잇달아 내놨다.
증권사들도 대출 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가 시작되면 증권사들도 자기자본 내에서 신용으로 자금을 대여하는 역할에 본격 나설 것”이라며 “지점이 아니더라도 편의점 자동입출금기(ATM)나 은행 연계 계좌를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어 대출 시장 경쟁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대면 거래가 단순 계좌 개설을 넘어서 금융권간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