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한 대기업에서 발광다이오드(LED) 해외 전문가를 영입했다. 그는 일본인이었지만 한국 이름이 적힌 명함을 가지고 다녔다. 업계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그의 영입을 매우 기뻐한 최고경영자가 특별히 작명해주었기 때문이다.
다소 우습지만 당시에는 충분히 그럴법 했다. LED는 미래를 보장하는 그야말로 유망 사업이었다. 백열등, 형광등과 같은 전통 광원을 대신할 수 있는 반도체(LED) 등장은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했다. 다시 안 올 기회로 여겨졌다.
수년이 지난 지금, 시장은 예상대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장밋빛과는 거리가 꽤 멀다. 일진그룹 LED 칩·패키지 회사인 일진LED는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SKC는 LED 조명업체 SKC라이팅을 사업부로 흡수했다. 삼성도 성장동력으로 꼽은 LED사업을 축소했다. LG 역시 마찬가지다. LED 사업은 구조조정 리스트에 올라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진 탓이다. 다수 기업이 참여하면서 공급 과잉이 일어났다. 수익은 악화돼 기업 목을 조였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국가, 다른 기업들도 똑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한 쪽이 쓰러질 때까지 싸워야 하는 ‘치킨게임’과 같은 상황이라고 한다. 하지만 ‘치킨게임’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면 차별화가 되지 않았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쉽게 따라할 수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어려워졌다. 결국 남과 달라야 한다.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장밋빛 미래에만 취할 것이 아니라 독보적 기술이나 특허를 확보하거나 틈새시장이라도 독창적인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
국내 LED 산업은 단기간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다.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중단이 아닌 새로운 육성과 발전이 필요하다. 값비싼 수험료를 치르고 얻은 경험을 사장시킬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약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