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네트워크 연구개발(R&D) 사업이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통신시장 흐름이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네트워크 기능 가상화(NFV) 등 소프트웨어(SW) 기반으로 네트워크 기술이 전환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하드웨어 기술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는 평가다.
통신장비 업계에 따르면 올해 R&D과제 유력 후보로 올랐던 NFV 관련 사업이 우선순위에 밀린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에 따르면, 올해 정보통신기술(ICT) R&D 네트워크 분야 사업 중 SDN·NFV 개발은 순위에서 밀려 과제 수행이 어렵게 됐다. IITP 관계자는 “빠르면 이번 주 사업 심의위원회에서 6개 후보 과제를 심의한다”며 “NFV 관련 사업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사업 선정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심의위원회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사업계획이 확정되지만 네트워크 분야에서는 4개 사업만 선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존 과제 후보보다 크게 줄었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네트워크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SDN·NFV 사업이 후보에서 밀렸다는 사실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당초 ‘개방형 NFV 플랫폼 기반 고성능·고신뢰 가상네트워크기능(VNF) SW 개발’ 과제가 사라진 것이다. IITP도 과제 기획 단계에서 “네트워크 시장 경쟁구도가 장비에서 SW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국산 네트워크 제품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VNF SW 개발로 표준 선점 기회도 확보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SW기반 네트워크 R&D가 탈락하면 광통신 부품 기술과 광 트랜시버 기술 개발 등 HW 중심 R&D 연구과제가 남는다. 인텔 등 글로벌 기업이 이미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서비스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네트워크 기술개발 흐름이 SW로 전환되는데 엉뚱한 HW 개발에 집중하는지 알 수 없다”며 “일부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이미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네트워크 시장 지표도 SW 기반 기술 필요성에 힘을 싣는다. 지난해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2014년 네트워크 장비시장 규모는 1226억달러다. 연평균 3.4% 성장해 2018년 1393억달러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SDN 시장은 2014년 10억달러에서 2018년 8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아직까지 시장규모는 작지만 성장세가 더딘 네트워크 장비보다 SDN·NFV 성장세가 압도적으로 높다. SDN커뮤니티 SDN센트럴도 2018년에는 전체 네트워크 투자 가운데 SDN이 40%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네트워크 업체 대표는 “5G 핵심기술로 SDN·NFV 기술이 주목받으면서 관련 기술 개발도 한창”이라며 “업계에서 주도권 경쟁이 심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네트워크 분야 R&D 예산 감소도 신기술 개발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정된 예산으로 R&D과제를 선정해야하는 부담이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2015년 네트워크 R&D 예산은 306억원이었다. 올해는 266억원으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네트워크 분야 정부 투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SDN·NFV 등 차세대 기술을 업계에서 주도하도록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16년 네트워크 R&D 기획 후보 과제(자료 : IITP)>
<세계 네트워크 부문 SDN 투자비중 전망(자료 : SDN센트럴)>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