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전통 GE 가전사업, 중국에 넘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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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일렉트릭(GE)그룹 모태이자 130년 전통을 자랑하는 GE 가전부문이 중국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14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 대형 가전사 메이디와 하이얼이 GE가전부문을 30억달러(3조6000억원) 이상으로 매수하겠다고 제의했다. 앞서 GE는 가전부문을 스웨덴 일렉트로룩스에 33억달러에 매각하기로 합의했으나 미국 법무부 반독점 규제에 발목을 잡혀 인수가 불발됐다. 일렉스트룩스 북미 시장 점유율이 높아져 소비자 선택권을 저해한다는 이유였다.

GE 백색가전은 미국 내 순위에서 5위권 밖으로 분류된다. 미국 백색가전 시장 1위는 빌트인 냉장고에 강점을 지닌 월풀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월풀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GE 가전부문은 꾸준히 양호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7~9월 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8% 증가했고, 매출 대비 영업이익율도 7% 늘었다. 이번 매각에서 조명부문은 제외된다. 지난 2014년 전체 GE매출에서 가전 부문과 조명부문 매출은 5.5%인 84억달러를 차지했다.

GE는 2008년에도 가전부문 매각을 추진했으나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수자를 찾지 못했으며 지난해 다시 매각을 추진했다. 제프 이멜트 GE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월 열린 투자자 초청회의에서 자사 가전부문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해 초에는 매각작업을 끝낼 것으로 전망했다.

일렉트로룩스와 달리 두 중국회사는 규제당국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RBC캐피털마켓은 지난달 미국 가전업계에서 아시아 업체가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아시아 기업에 GE 가전부문을 매각하는 것이 독점 규제당국 승인을 얻기 쉽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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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메이디는 중국 최대 가전 생산업체로 지난해 중국시장에서 17.1% 점유율을 차지했다. 하이얼은 7.9%다. 하이얼은 미국 가전시장에서 1.1%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두 회사는 GE 가전사업부를 인수하면 북미 생산기지와 영업망을 흡수해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GE가 쌓아놓은 비즈니스 자산을 흡수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GE 가전이 중국에 매각된다면 상징성이 크다. GE는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1878년 설립한 전기조명회사를 모체로 성장한 세계 최대 인프라 기업이다. 1879년에 전기 선풍기와 첨단 의료용 기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반면 메이디는 1968년 설립됐지만 1981년 선풍기를 만들며 가전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이얼은 1984년 가전시장에 뛰어들었다. 두 회사 모두 GE에 비하면 신생회사나 다름없다.

삼성전자, LG전자도 후보군에 있지만 GE인수에 소극적이다. 이미 두 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GE 가전사업부를 인수해봐야 별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GE는 미국 내 로컬 마케팅망 중심이어서 미국 시장에서 독자 네트워크를 구축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시너지를 주지 못한다. 또 GE 보유 특허 대부분이 연한이 만료돼 기술 확보 효과도 크지 않은 것도 인수에 소극적인 이유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GE가전 부문이 중국 회사에 매각된다면 삼성전자·LG전자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이 강점인 생산능력과 가격경쟁력이 GE 브랜드파워와 영업력과 결합된다면 미국시장에서 한국산 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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