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바다에서 사용하는 내비게이션 수주전에 착수했다. 해상안전 종합관리체계 ‘e내비게이션(e-Navigation)’ 프로젝트다. 700㎒와 LTE 통신(LTE-M)을 쓰는 e내비게이션은 재난망, 철도통합망(LTE-R)과 함께 통합공공망의 한 축이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도입하는 것으로 이통사를 비롯해 해상 솔루션 기술을 앞세운 ICT 업계의 해외 진출이 기대된다.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KIMST)은 지난 13일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e내비게이션 기술개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일주일 전 공고한 사업단장과 총괄기관(사업단장 소속 기관) 공모 상세사항, 5월 이후 진행할 본 사업을 안내하기 위해서다. 사업단은 전체 사업을 관리하는 프로젝트관리조직(PMO) 역할을 수행한다. 선정 시점은 3월이다.
5월에는 본 사업 수행 사업자를 선정한다. 해수부는 e내비게이션 사업을 핵심기술 개발, 디지털인프라 구축, 국제표준 선도기술 개발 등 세 분야로 나눴다. 핵심기술 개발에는 종합상황인식 대응기술과 한국형 e내비 서비스 개발이 포함된다. LTE-M과 종합 운영시스템 개발은 디지털인프라 구축 과제에서 수행된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해사안전국장은 “e내비게이션은 첨단 ICT와 전자해도, 무선통신 기술로 선박 안전을 지원하는 종합안전체계로 2013년부터 사업을 준비해왔다”며 “e내비게이션을 구축하면 멀리 떨어진 해상에서 휴대폰 통신이 가능해지는 등 해양 안전이 증진되고 해운 물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사와 통신장비, 단말, 솔루션 업체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사업을 주도할 이통사 중에서는 SK텔레콤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황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8월 해수부 주관 LTE-M 시험망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SK텔레콤은 100㎞ 떨어진 해상에서 고속으로 데이터 통신을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오는 5월까지 동해안에 해안 기지국 등 시험망을 구축한다. 대우조선해양이나 현대중공업 등에서 해양 고속통신 상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도 SK텔레콤의 강점이다.
KT는 재난망 시범사업 1사업(평창) 수행사라는 점을 강조한다. e내비게이션도 재난망 같은 안정된 LTE 기술을 요구한다. 1사업에는 재난망 ‘머리’ 역할을 하는 운영센터와 핵심시스템 구축이 포함돼 e내비게이션 사업에서도 이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해양경찰청 통신망 구축 경험, 서해에서 초고속해양무선통신망 시험망 테스트 중인 점을 홍보한다. 안테나와 선박용 중계기 등 우수 기술력을 가진 벤처와 협력해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우수한 올-IP 네트워크와 기술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정부는 e내비게이션 사업에 2020년까지 1308억원을 투입한다. 사업 규모도 크지만 해외 사업 기회가 더 큰 매력이다. 국제연합(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2019년부터 e내비게이션을 도입한다. 국제 표준화가 추진된다. 국내 e내비게이션 선행 구축 경험을 앞세워 해외 수출을 기대할 수 있다. 차관 지원 사업화도 예상된다.
안광 해수부 해사상업기술과 팀장은 “e내비게이션은 해상 인터넷 등 다양한 산업을 활성화시켜 국제적으로 연간 120조원 규모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며 “우리 기술로 표준화가 진행되면 우리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는데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e내비게이션=인적 과실에 의한 해양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종합 안전 체계. 각종 해상·운항정보를 디지털·표준화해 선박 운항자에게 맞춤형 해양안전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통신기술, 전자해도 등이 사용되며 해상 재난망으로도 불린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