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와 미국 샌디스크가 손잡고 낸드플래시 투자를 확대한다. 낸드플래시 선두업체인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11일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샌디스크와 공동으로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신공장을 일본 미에현 요카이치시에 건설한다.
총 투자액은 4000억엔이며 두 회사가 절반씩 투자한다. 2017년 신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도시바는 소자를 적층하는 3차원(D) 구조 제품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도시바의 공격적인 투자는 회계부정으로 인한 구조개혁 이후 수익원을 낸드플래시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낸드플래시 사업 분사 후 상장하려던 계획은 일단 접은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는 지난해말 감원과 저수익 사업 철수 등 구조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주력 분야인 에너지, 헬스케어도 축소할 방침으로 향후 낸드플래시가 경영 핵심이 될 전망이다.
도시바는 삼성전자 등 해외 경쟁업체와 싸우기 위해서는 연간 2000억엔 규모 지속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 확보를 위해 지난해 말 무로마치 마사시 사장은 낸드플래시 사업 분사와 상장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낸드플래시 수익이 채무 상환과 기타 사업 성장 자금 재원이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또 분사로 발생하는 세금과 추가 비용이 커 분사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이다. 상장하면 해외 반도체 업체에 많은 주식을 내줄 수 있다는 점도 관계부처가 우려한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용 수요가 더해져 꾸준한 시장 성장이 기대된다. 그 중에서도 대용량화에 대응할 수 있는 3D 제품 수요가 높아진다. 3D 제품에서 우위를 발휘할 수 있는지가 향후 낸드 플래시 각 사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3D 낸드는 평면 낸드를 위로 쌓은 것이다. 기존 평면 낸드 미세화가 16나노에서 한계에 다다르자 셀을 위로 쌓는 방법으로 용량을 늘렸다. 3D낸드는 평면 제품보다 저장속도가 빠르고 수명이 길고 전력 효율성도 월등하다.
삼성전자는 2014년 5월부터 세계 최초로 3D 낸드를 양산하면서 2세대인 32단, 최근에는 3세대인 48단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경쟁사인 도시바,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도 삼성을 쫓아 3D 낸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도시바와 샌디스크 협력은 업계 1위 삼성전자가 독주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31.5%로 1위에 올랐다. 이어 도시바가 20.5%로 2위이며 샌디스크 15.4%, 마이크론 13.8%, SK하이닉스 10.9%로 뒤를 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도시바가 샌디스크에 낸드플래시를 독점 공급하는 등 협력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됐다”며 “칭화유니그룹 등 중국 자본이 낸드플래시 시장 진입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 확대 이유”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