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융합이 세계적인 흐름으로 부상했다. 현실로 직면한 성장 정체를 타개하고, 지속 성장모델 발굴을 위해 합종연횡이 시작했다. 반면에 국내 방송통신 시장은 성장 정체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자칫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흐름에 합류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 ‘위기감’ 공유, 돌파구는 ‘융합’
글로벌 방송통신 시장은 성장한계에 봉착해 지속 성장을 위한 생존방안 모색이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방송통신 사업자 위기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버라이즌과 AT&T 등 미국 이동통신사업자는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폐지한 가입비를 부활하고, 데이터 무제한 상품 요금을 잇달아 인상했다. 시장포화로 가입자 확대를 통한 매출 확대가 불가능하게 되자, 요금 인상으로 상쇄하는 것이다.
치열한 가입자 유치 경쟁을 펼치며 경쟁적으로 요금을 내린 미국 이통사가 요금인상을 선택한 건 갈수록 악화되는 수익성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포천은 “미국 이통시장 신규가입자 매출이 ‘0’으로 수렴하고 있다”며 이통사 수익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뉴미디어를 대표하는 케이블TV 등 유료방송도 마찬가지다. 미국 케이블TV, 위성, 인터넷(IP)TV 상위 9개 유료방송 사업자가 지난해 2분기 잃은 가입자가 30만명에 이른다. 시청률 감소와 가입자 이탈뿐 아니라 광고와 프로그램 사용료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성장모델 발굴 경쟁이 한창이다. 글로벌 방송통신 시장 공통된 흐름이 방송과 통신 간 융합을 위한 인수·합병(M&A)이다. 지난해 5월 미국 AT&T는 위성방송 디렉TV를 인수했다. AT&T 이동통신 서비스와 디렉TV 영상콘텐츠 플랫폼을 결합,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스페인 1위 통신사 텔레포니카도 위성방송 커낼플러스를 인수했고, 프랑스 케이블TV 사업자 뉴메리커블은 통신사 SFR을 인수했다. 2014년 기준 글로벌 방송통신 M&A는 총 11건으로, 전년 4건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SK텔레콤, CJ헬로비전 인수 ‘방통융합 신호탄’
다양한 콘텐츠와 첨단 디지털 기술이 교차되는 방송은 통신과 융합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최적 분야로 손꼽힌다. 하지만 우리나라 방송통신 산업은 각각 영역에서 발전했다. 융합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에도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방송통신 융합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 이후 5년간 5조원을 투자, 케이블TV 디지털 전환율을 끌어올리고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방송통신 시장 전체에 변화를 자극하고 융합을 앞당기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방송통신 시장 경쟁을 선도하고 촉진함으로써 경쟁 역동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쟁 역동성 제고는 궁극적으로 이용자 후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콘텐츠 산업 진흥, 콘텐츠 글로벌 진출에도 기여하는 등 산업 혁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정 경쟁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방송통신 합종연횡 등 트렌드에 부합하는 ‘융합 활성화’와 ‘산업 활성화’라는 방향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가를 심사하는 정부에 주문이나 다름없다.
글로벌 방송통신 M&A 현황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