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대받던 금융권 정보기술(IT)인력이 귀하신 몸이 됐다. 핵심 임원으로 파격 승진해 몸값이 크게 뛰어오르고 채용이 늘어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 강화와 핀테크 등장, 비대면 거래 확산이 일등공신이다.
한국은행 ‘2014년 금융정보화 추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금융기관 IT인력은 총 9136명으로 전년보다 9.3% 증가했다. 이 중에서 정보보호 담당 인력은 34.1%나 증가했다. 전자금융보안 규제 강화가 큰 몫을 했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는 금전적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에도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IT인력 채용은 은행, 카드,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예비인가를 받고 올해 봄 문을 여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IT인력을 대거 채용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최고 수준 IT개발자를 집결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전체 인력 30~40%를 IT개발자로 채용할 계획이다. 은행장을 뱅커 대신 엔지니어 출신 중에서 선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뱅크도 평균 5%인 시중은행 IT인력 비중보다 크게 높일 계획이다.
해외에서도 금융권은 IT인력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월스트리트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도 전문 엔지니어 채용을 확대해 빅데이터 기술을 금융상품에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IT인력은 9000여명에 달한다. 우리 금융권 전체 IT인력 규모와 맞먹을 정도다. 점점 IT기업을 닮아가고 있다.
한 전문가는 “IT인력을 고용해서 그들에게 금융을 교육시키는 것이 훨씬 쉽다”며 “앞으로 금융 IT전문가는 채용이 더욱 늘어나고 핵심인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외에서 IT인력 채용 확대는 스마트금융 사업 개편에 힘을 싣고 있다는 뜻이다. IT로 중무장한 서비스와 상품으로 위험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신규 시장에 진출해 지분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전쟁터와 같은 금융시장에서 고객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전통적인 상품과 서비스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에서다.
스마트금융은 기존 틀을 뛰어넘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도구임에 틀림없다. IT인재는 스마트금융을 움직이는 동력이다. 금융권에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금융권에 ‘IT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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