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학병원 장애인 고용률이 공공기관 중 꼴찌를 기록했다. 고용을 늘리기보다 부담금 납부로 버틴다.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다는 비판도 따른다.
29일 국회예산정책처 공공기관 고용관리 정책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장애인고용부담금 납부액 상위 20개 공공기관 중 국립대학병원은 6곳이나 포함됐다. 이들 납부액은 전체 90%에 달한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납부액 상위 20개 기관에 이름을 올린 국립대학병원은 서울대병원, 전남대병원, 경북대병원, 부산대병원, 전북대병원, 충남대병원이다. 지난해 기준 서울대병원이 11억5140만원을 납부해 1위를 기록했다. 5년간 납부한 금액은 총 41억3301만원이다. 전체 공공기관 납부액 357억원을 감안할 때 서울대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넘는다.
전남대병원은 지난해 3억8539억원을 납부했다. 5년간 총 납부액은 16억8030만원으로 전체 3위다. 뒤를 이어 경북대병원(6위, 12억3483만원), 부산대병원(7위, 10억2333만원), 전북대병원(9위, 9억4209만원), 충남대병원(20위, 3억2836만원)이 차지했다.
6개 국립대학병원 장애인고용률은 정부 지침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14년 말 기준 서울대병원이 고용한 장애인은 57명(0.97%)이다. 의무고용 인원(176명) 3분의 1 수준이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규정한 장애인의무고용률은 3%다.
부산대병원도 비슷하다. 장애인고용률은 1.28%에 불과하다. 의무고용인원은 119명이지만 지난해 51명만 채용했다. 다른 국립대병원도 장애인고용률이 1.5~2% 수준이다. 공공기관 평균이 2.79%인 것을 감안할 때 국립대병원이 속한 기타공공기관(2.1%)이 가장 낮다.
장애인고용률이 낮은 이유는 환경적 요인이 크다. 병원 근무자 중 약 90%가 전문 면허증을 보유한다. 환자 생명이 오가는 시설이라 채용과정이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장애인 고용을 늘리려 해도 마땅한 자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병원은 환자 생명을 다루는 시설이기에 전문면허를 보유한 직원이 대다수”라며 “이런 시설에서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어 다른 공공기관과 같은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병원이 특수시설인 것은 맞지만 수년째 장애인 고용이 제자리인 것은 문제다. 대체하는 제도도 있지만 이조차 외면한다.
현행법상 공공기관이 장애인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으면 부담금을 납부한다. 또 상시 납부기관은 고용노동부가 기관명을 공개한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여섯 차례나 의무불이행기관으로 공표된 서울대병원이 대표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립대학병원 상당수가 부담금 납부를 꺼리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국립대학병원은 ‘국립대학병원 설치법’에 근거 정부로부터 시설, 설비에 관한 출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병원 운영비는 자체 수익 조달이 원칙이지만 부족하면 정부가 보조한다. 장애인고용부담금도 국민 세금으로 충당될 여지가 있다.
병원과 같이 환경적으로 장애인 고용이 어려우면 연계고용 부담금 감면제도로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을 지원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한 곳도 서울대병원, 제주대병원 두 곳에 불과하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병원이 특수시설임을 감안해도 식당, 주차 등 장애인 고용을 확대할 여지가 많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인만큼 장애인 고용 창출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