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하던 가상현실(VR)을 이제 안방에서도 즐길 수 있다. 기술을 구현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부터 각종 기기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은 어떤 것일까. 스마트폰으로 쉽게 기술을 구현하는 삼성전자 ‘기어VR’로 경험한 가상현실은 눈앞에 다른 세상이었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이 대형 아이맥스 스크린으로 바뀌는 느낌이다.
기어VR에 ‘갤럭시 노트5’를 끼우니 전용 애플리케이션이 실행됐다. 눈앞에는 가상공간 속 어느 집 거실이 펼쳐졌고 메뉴가 공중에 뜬 것 같이 보였다. 기기를 어떻게 작동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기울기를 인식하는 자이로센서가 고개 움직임을 따라 포인터를 움직였고 원하는 메뉴를 골라 기기 오른편 터치패드로 선택만 하면 됐다.
처음 고른 가상현실 콘텐츠는 ‘쥬라기월드’다. 방에 앉아 기어VR를 머리에 썼을 뿐인데 마치 시간을 거슬러 공룡이 살던 시대로 순간 이동한 듯 했다. 앞에는 낮잠을 자는 공룡이 있고 고개를 사방으로 돌리니 정글과 같은 숲 속이었다. 공룡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며 나에게 관심을 보였다. 코앞까지 머리를 들이밀 때는 가상현실임에도 움찔하며 나도 모르게 몸을 뒤로 뺐다. 입체적으로 구현된 화면이 현실감을 더한 것이다.
인기가수 공연도 마치 무대 앞에서 직접 보는 것 같은 경험을 제공했다. 음악프로그램에 나온 트와이스 공연 콘텐츠는 노래가 이어지는 4분 동안 고개를 돌리며 다양한 시점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일반 TV나 모니터에서 볼 수 있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360도 촬영물이 실제 시선을 따라 움직이듯 보여 몰입감이 배가됐다. 이 밖에도 콜드플레이, U2 등 세계적인 가수 공연 영상도 볼 수 있다.
가상 여행 역시 가능했다. 세계에 퍼져있는 멋진 자연경관을 촬영한 콘텐츠는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가지 않더라도 그 곳에 있는 느낌을 구현했다. 사방을 둘러보며 오랜 시간 즐길 수 있었다. 보다 많은 영상이 나오면 안방에 앉아 세계 여행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화면을 분할해 좌우 시각 영상을 각각 제공하다보니 스마트폰으로 볼 때와 달리 화질은 좋지 않았다. 아직 콘텐츠가 많지 않은 탓에 할 수 있는 경험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유튜브 등에 360도 영상이 늘어나고 촬영 기술 역시 간편해지고 있어 향후 기기 활용도는 높아질 전망이다. 또 올해는 기어VR뿐만 아니라 게임 콘솔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상현실 헤드셋 제품이 출시될 전망으로 게임 등 콘텐츠도 늘 것으로 기대된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