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유통 데이터를 잡아라>데이터, 유통산업 패권을 좌우하다

유통시장에서 오프라인, 홈쇼핑, 전자상거래(온라인·모바일) 간 플랫폼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산업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전통 유통 강자였던 오프라인과 홈쇼핑은 힘이 약해졌다. 반면, 전자상거래는 급속히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쿠팡, 티켓몬스터, 위메프 3인방을 앞세운 소셜커머스 약진이 두드러진다.

유통 산업 지형도 변화는 신구 플랫폼 세대교체라는 말로 단순화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보다는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고객 마음을 움직인 유통 플랫폼 성과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데이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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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가방 상품을 고르고 있다. 자료:전자신문DB

◇데이터 패권시대 개막

20년 전만 해도 유통은 곧 오프라인이었다. 백화점과 마트, 시장 등에서 제품이 유통됐다. 유통 업계 변화는 홈쇼핑 등장과 함께 시작됐다. 이후 온라인과 모바일, 소셜커머스 등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유통은 춘추전국시대가 됐다.

소비자 입장에서 유통 플랫폼 다변화는 보다 편리한 곳을 선택할 수 있으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유통 사업자 입장에서는 플랫폼별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복잡한 경쟁상황을 맞게 됐다.

올해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가 흥미로운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2010년과 올해 3~5월간 유통업종에서 카드 결제를 많이 한 70만명을 분석해 유통 플랫폼별 변화를 살펴봤다. 그 결과 전통 유통인 백화점과 대형마트, 홈쇼핑 점유율이 46.1%에서 31.1%로 점유율이 약화됐다. 반면 신생 유통인 온라인 쇼핑몰과 편의점이 30.1%에서 43.5%로 약진했다.

온라인 쇼핑몰 점유율 상승은 쉬운 접근성과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 강화 영향으로 분석된다. 편의점 점유율 상승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것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한 소셜커머스는 성향, 구매패턴, 관심사 등 다양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마케팅 및 판매전략과 적절히 조합해 성과를 냈다. 고객이 관심 있을 만한 상품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데이터를 활용한 신생 유통 플랫폼 성장으로 중요성이 입증됐다. 이제는 모든 유통업계가 데이터 활용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바야흐로 유통업계에 ‘데이터 패권시대’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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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커머스 쿠팡 직원들이 새로운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자료:전자신문 DB

◇상품 구매 이력 기반 큐레이션 서비스 봇물

소셜커머스는 등장한지 5년 만에 5조원(2014년 기준) 규모로 성장했다. 급성장 배경 중 하나는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개개인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다. 예를 들어 소셜커머스에서 한 가지 상품을 살펴보면 소비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비슷한 상품을 추천해준다. 상품을 구매하면 같은 상품을 구매한 다른 소비자가 관심을 보인 제품까지 제시한다. 소비자가 일일이 상품을 찾아다니는 불편함을 덜어준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상품을 추천해 줌으로써 판매를 확대하는 효과도 있다.

소셜커머스가 그동안 축적한 고객 데이터가 많아지면서 큐레이션 서비스는 보다 정교해지고 있다.

소셜커머스의 큐레이션 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얻자 온라인 쇼핑몰도 잇달아 큐레이션 서비스를 선보였다.

G마켓은 큐레이션 기능이 있는 ‘G9’를 내놓았고 매일 밤 9시 제품을 할인하는 플래시 딜 행사도 한다. 11번가 역시 큐레이션 쇼핑을 강화한 ‘쇼킹딜 3.0’을 제공하며 옥션은 2012년부터 인기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올킬’ 서비스를 하고 있다.

◇데이터가 마케팅 경쟁력으로

유통에서 데이터 중요성이 커지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는 능력이 곧 마케팅 성패를 가르는 중요 기준이다. 유통업계는 마케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빅데이터 활용능력이 있는 기업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개인화 추천 솔루션을 개발한 레코벨은 벤처기업임에도 티켓몬스터, 신세계이마트, 아모레퍼시픽, 교보문고 등 대형 업체에 솔루션을 제공했다. 고객 성별, 연령, 구매이력 등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으로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결제정보를 보유한 카드사와 협업도 확대되는 추세다. 카드사 역시 빅데이터 정보가 가치 있다는 것을 알고 연구소 설립 등 빅데이터 분석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홈플러스와 11번가 등은 신한카드가 20여개 업종 대표기업과 공동으로 제공하는 빅데이터 기반 CLO(Card Linked Offer) 서비스 ‘샐리(Sally)’ 서비스에 합류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카드사가 보유한 빅데이터 분석역량이 유통업체 제품 판매를 지원한다. 카드사는 거래가 확대되고 유통업체는 판매량이 늘어나는 윈윈 구조다.

이마트는 삼성카드와 손잡고 전략점포에서 스마트 알고리즘을 통한 마케팅을 시작해 성과를 냈다. 마트를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게 타깃 마케팅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효과를 거뒀다. 데이터 마케팅 힘을 경험한 이마트는 지속적으로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데이터 기반 쇼핑 서비스가 상품 검색부터 결제 프로세스까지 핵심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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