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에 세계적 화제를 몰고 온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 영화 속 배경인 2199년 인간은 현실과 똑같은 가상현실 세계를 살아간다. 이 가상현실 세계는 인공 두뇌를 가진 컴퓨터(AI)가 만들어 낸 것이다. 현실과 가상현실을 오가는 상황을 보면서 어느 것이 실제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매트릭스 속 가상현실까지는 아니지만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현실’이 이미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바로 가상현실(VR:Virtual Realitiy)과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이 구현하는 기술을 통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VR는 컴퓨터로 만든 환경이 마치 실제 상황인 것처럼 만들어 주는 기술이다. AR는 실제 환경에 가상 이미지나 정보를 합성해 실제처럼 보여준다.
이런 VR와 AR는 컴퓨터가 방대한 데이터를 조합해 만들어낸다. 핵심은 얼마나 더 현실 같은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지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고 이를 완벽한 콘텐츠로 제작하기 위한 빠른 데이터 처리 능력도 필요하다.
활용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게임과 영화, 드라마, 공연 등 콘텐츠 산업은 물론이고 여행이나 운전연습에도 쓸 수 있다. 심지어 국방 분야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위기 상황에서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한 훈련 등에 VR를 적용할 수 있다.
데이터 활용 기술이 발전하면서 VR는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기업도 VR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기어VR’를 선보였고 페이스북은 VR 벤처기업 ‘오큘러스 VR’를 인수했다. 애플은 모션캡처 기술을 보유한 ‘페이스시프트’를 인수하고 VR와 AR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구글, 소니, HTC 등도 VR 기기를 개발 중이다.
VR는 즐기는 수준을 넘어 현실과 접목되는 사례도 나온다. LG전자는 로봇 청소기에 처음으로 AR를 적용했다. 오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CES 2016’에서 선보일 ‘로보킹 터보 플러스’는 AR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가 앱으로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 전용 앱으로 집안 공간을 스마트폰에 보여주고 고객은 청소하고 싶은 곳을 터치하면 알아서 청소하는 방식이다.
VR와 AR가 실제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이 같은 기술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CES 2016에서 삼성전자 등 다양한 업체가 VR 기기 및 제품을 시연할 전망”이라며 “새해 VR 기기 대중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VR 기기 확대에 따른 VR 콘텐츠 용량 확대로 반도체 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