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겨울 인기를 끈 것이 ‘난방 텐트’다. 11번가 같은 온라인 몰에서 ‘대히트’를 쳤다. 지난해에는 일명 ??이라 불리는 ‘에어캡’이 인기였다. 창문에 붙이면 실내 온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어 난방 요금을 줄이고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 가정에선 필수품이 됐다.
전기 보급이 대중화되지 않은 아프리카에서는 ‘항아리 냉장고’를 사용한다. 커다란 항아리 안에 작은 진흙 항아리를 만들고 그 사이에 젖은 모래를 넣어 채운다. 젖은 모래가 증발하면서 작은 항아리 안에 담긴 음식물을 시원하게 만든다. 냉동 기능까지는 아니지만 냉장으로 사용하기 적당하다. 아주 간단한 원리로 만들어졌다.
큐 드럼(Q-drum)은 물을 구하려고 몇 시간을 걸어 다니는 최빈국 사람을 돕기 위해 개발된 도넛 모양 드럼통이다. 드럼통 가운데 구멍을 뚫어 줄을 연결하면 누구나 쉽게 물통을 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적정기술 예시다. 적정기술이라는 말은 저개발국·저소득층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을 뜻한다. 착한 기술, 따뜻한 기술로도 불린다. 최빈국에서만 적정기술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에어캡 사례에서도 보듯 우리는 스마트워치를 차고 스마트기기를 이용하며 첨단 기술에 뒤덮여 살고 있다. 하지만 또 한편에선 적정기술을 이용하기도 한다.
적정기술의 기원을 간디로 본다. 간디는 물레로 옷 짓는 기술을 전파했다. 영국이 인도 목화를 수입해 옷을 만든 다음 비싸게 되팔던 것에 맞선 것이다. 고도로 발달한 기술이 아니어도 간단한 방법으로 지구환경과 자연과 공존을 생각하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착한 기술로 불리던 적정기술이 기후변화 협약으로 더욱 떠오르고 있다. 지난 12일 프랑스 파리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새로운 기후체제 출범을 위한 합의문이 마련됐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우선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나라는 현재 경제성장 수준을 유지하면 2030년에는 발전 분야에서 3억3310만t, 산업 분야에서 2억3910만t, 수송 분야에서 1억410만t 등 총 8억5060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 정부는 2030년 배출량을 이 전망치(BAU)보다 37% 감축해 5억3587만t으로 낮추겠다고 유엔에 자발적 감축목표(INDC) 내용을 제출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등과 관련한 글로벌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개발도상국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는 녹색기후기금(GCF) 사업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GCF는 개발도상국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노력을 지원하려고 설립된 국제금융기구다. 오는 2020년까지 연간 1000억달러(약 118조원) 규모로 기금이 조성될 예정이다. 현재 인천 송도에 사무국이 자리 잡고 있다.
GCF 기금은 개도국 산림보호, 청정에너지 기술의 개도국 이전 지원과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변화 관련 사업을 지원한다. GCF는 지난 11월 이사회에서 최초로 8건 사업을 승인했다.
△페루 아마존 지방 습지 보존 △말라위 최신기후정보와 조기경보체계 사용 증대 △세네갈 염류화 지대 복원을 통한 생태계·지역사회 복원력 향상 △방글라데시 기후회복력 인프라 강화 △동아프리카 내 벤처펀드 지원 △라틴 아메리카·카리브해 지역 에너지효율 녹색채권 지원 △몰디브 수자원 부족 관리 지원 △피지 도시 내 수자원공급 및 오·폐수 관리 등이다.
기업은 태양광설비 설치사업,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부품과 장비 수출, 농업교육 컨설팅 등을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베스터가르드 프랑센그룹(Vestergaard Frandsen) ‘라이프 스트로우’는 탄소배출권과 적정기술이 결합돼 발명된 예다. 전 세계에는 10억명 이상이 정수과정을 거치지 않는 물을 마셔 수인성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이 빨대를 이요하면 물의 미생물을 걸러줘 수인성 질병 위험이 사라진다. 또 물을 끓여 마시다 보니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해 나무가 타면서 온실가스 탄소가 배출되고 있었다.
이 그룹은 케냐에 90만대 가정용 정수기를 보급하는 일도 해 1년간 200만톤 탄소절감을 인정받았고 그렇게 얻은 탄소배출권 거래로 투자금을 회수했다. 시장에 판매한 수익과 탄소권까지 얻은 것이다. 적정기술이 기업 비즈니스 수요와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적정기술과 탄소배출권 결합은 빈곤과 질병 퇴치, 유아 사망률 감소 등의 세계적 과제를 성취할 수 있게 됐다.
흐름에 발맞춰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캄보디아에 적정과학기술 거점센터를 세웠다. 저비용 수처리 기술을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2017년까지 동남아지역 개도국의 공통 문제인 식수 등 물과 관련된 적정기술을 개발한다. 이후 시범사업 운영, 전문가 양성, 사회적 기업모델 개발 등 사업화를 목표로 운영될 예정이다.
올해 국내에 지구촌 기술나눔센터를 설립해 국내에 적정기술을 알리고 대중화를 지원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다만 내년도 예산 역시 올해와 비슷한 4억원 수준으로 지원돼 적정기술 보급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미래부는 기후변화협약 한국 기술협력 창구로 지정됐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