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채무를 얼마나 안고 있죠? 담보로 제공할 만한 고가 연구장비는 있나요?’
지금까지 금융기관이 대출 받으러 온 기업에 맨 먼저 묻는 질문이었다.
앞으로 정부 기술금융 지원 땐 질문이 이렇게 바뀐다. “최고경영자는 어떤 기업가정신을 가졌나요?” “지금 보유한 기술에 필적할 만한 해외기술은 있나요?”
기업 안정성과 부실 방지 위주로 이뤄졌던 정부 기술금융 지원이 기술 성장가능성과 추가 개발능력에 초점을 맞춰 제공된다. 새해 300억원 규모로 시작해 지원 규모를 확대한다. 정부가 이 같은 투자용 기술평가모형을 만들어 여신기관에 배포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금융위원회는 대출 중심 중소기업 자금 조달 한계를 극복하고 객관적 투자 촉진을 위한 ‘투자용 기술평가모형’을 개발해 금융기관에 보급한다고 21일 밝혔다.
기술평가모형은 평가 대상을 △사업화 이전 기업(출시 제품이 없고 창업 5년 이내) △사업화 이후 기업(출시제품이 있지만 창업 5년 이내) △일반기업(창업후 5년 경과) 등 기업 성장단계별로 분류한다. 또 경영역량, 기술성, 시장성, 사업성 등을 평가할 수 있도록 평가지표가 구성됐다. 특히 기업 성장 가능성을 예측해 우수 기업 발굴을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여신 심사용 평가 모형이 기업 안정성과 부실 위험 예측에 중점을 둔 것과 다르다.
이에 따라 투자자가 강조하는 기업가정신, 신뢰성, 기술보호성, 성장성, 수익성 등 투자 관점 평가지표가 강조됐다. 또 여신용 평가 모형에 비해 기업 성장가능성을 예측하는 기술성, 시장성에 대한 배점이 강화됐다.
산업부와 금융위는 평가모형을 기술신용평가(TCB)기관과 기술평가기관 등에 배포해 해당 기관이 자율적으로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평가모형 활용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수행한다.
산업부는 기술평가 우수 기업에 투자하는 전문 펀드를 출시한다. 새해 300억원 규모로 시작한다. 또 혁신형 중소기업 기술금융지원 사업과 연계해 평가비용 일부을 지원한다.
금융위는 은행권 기술금융 실적 평가 중 기술평가모형을 활용한 투자를 실적으로 집계한다. 또 성장사다리 펀드 기술평가 기반 펀드 투자 대상에 평가 우수 기업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도경환 산업부 산업기반실장은 “투자용 기술평가모형을 통해 투자 활성화 걸림돌로 작용했던 투자자와 수요자 간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기술평가모형 개발은 산학연 전문가 등 30명 내외로 구성된 자문단과 기술금융 관계자 의견이 반영됐다.
<투자용 기술평가모형 주요 지표 구성(자료:산업통상자원부)>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