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발달로 과거보다 질병이 줄어들고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늘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내재한 위험이 사회를 위협하기도 한다. 과학기술은 위험을 해결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하나의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재난은 태풍, 쓰나미 같은 자연적 재난과 붕괴, 폭발 등 사회적 재난으로 나눌 수 있다. 도시화 진전과 새로운 에너지원 등장으로 사회적 재난도 다양해졌다. 과학기술 발달로 비롯된 위험 중 대표적인 것이 화학물질과 핵물리학이다. 이처럼 다양한 위험이 도래하면서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공포에 ‘거품’ 생기지 않도록 객관적 정보 전달해야
방사능 유출 등 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목적, 문화적 성향 등 문제로 많은 정보가 감춰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대중의 두려움과 공포는 증가한다. 위험 커뮤니케이션 의의를 두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대중이 객관적인 정보로 올바르게 판단하려면 과학기술 전문가의 의견 일치가 필요하다. 누가 대변인을 할 것인지 등 올바른 위험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과학기술 관련 위험 요소는 개인, 개별 단체, 단일 국가로 해결 어려운 전 사회적이다. 전 지구적인 이슈로 발전되면서 체계적인 글로벌 협력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미얀마 나르기스 사이클론, 일본 동아시아 대지진 등 국내외 사례에서 보면 실제 피해 정도와 보도되는 내용의 차이가 존재한다. 정부와 관계자들은 그들 스스로 보호하거나 대중의 혼란을 막기 위해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실제 사망자 수 등 피해 정보를 뒤늦게 공개하면 대중의 공포와 혼란이 매우 급증한다. 공포에 거품이 생기는 것이다.
대중의 공포와 혼란은 정보 공개 여부와 상관없이 발생하므로 효과적인 정보 전달을 해야 한다.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체계적 관리 위해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 사태 등 철저한 사례 분석과 위험 시나리오 구축이 필요하다.
유이치 오노(Yuichi Ono) 일본 토호쿠 대학 교수는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위험 정도를 최대치(Maximum)로 안내해 대중이 사전에 대비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며 “과학기술 기관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단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기반의 정확한 정보 전달을 통한 신뢰 프로세스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가는 언론계와 인터뷰 할 때, 과학기술 이해 차이로부터 생기는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소통 방법에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학계-대중 신뢰 구축 필요
중국에서는 유전자 변형식품(GMO) 논쟁이 한창이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개발된 식품을 먹는 것에 대한 문제다. 과학기술계는 유전자 변형이 품종 개량이 용이하고 위해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유전자 변형 반대(anti-GMO) 측은 알레르기, 돌연변이, 환경 파괴 등 위험을 안고 있다고 주장해 입장 차이로 사회적 논쟁이 발생하고 있다.
식품, 건강, 환경 등에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국 내 GMO 관련 사회적 갈등은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 과학기술계는 대부분 ‘안티 GMO’ 집단이 객관적 사실을 이해하는 양이 늘면 GMO를 더 수용할 것이라 보고 있다. 하지만 대중은 GMO에 대한 위험을 인식하는 것이 과학기술계의 객관적 지식과 정부 정책보다 GMO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과거 경험 등에 영향을 받는다.
화톈(Tian Hua) 중국 북경항공항천 대학 교수는 “과학기술계와 대중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소통이 중요하고 평상시 과학기술계와 대중 신뢰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며 “과학기술 커뮤니티 내에서 정보 공유, 협업으로 GMO 이슈에 대한 사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빈센트 코벨로(Vincent Covello) 미국 위험 커뮤니케이션 센터장은 “위험 이슈 보도 시 뇌의 반응 경로를 고려해 시각, 청각 등 오감을 활용한 직관적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일상생활에서 정보는 뇌 속 전두엽(합리적인 판단)을 거치지만, 위기 상황에서 받아들이는 정보는 편도(원시적인 판단)로 바로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편도는 해당 문제를 회피하거나, 수용하거나, 심리적 갈등을 일으키는 등 단순하고 직관적인 판단을 한다.
빈센트 센터장은 위기로 변환될 수 있는 잠재 요인을 사전에 연구하고 위험을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위기상황 발생 시 개인의 인식판단은 평소와 전혀 다른 경로로 이뤄지기 때문에, 뇌 과학, 신경과학 등 다양한 분야와 위험 커뮤니케이션 공동 연구 필요하다”며 “자연재해, 유전자재조합, 원자력, 메르스 등 다양한 사례에서 보듯 위험 이슈는 단일 국가가 해결 할 수 있는 범위를 넘기 때문에 글로벌 협력이 매우 중요하고 공동 연구와 정보 공유로 국가적 시스템 구축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메르스, 원자력폐기물, 광우병 등 과학기술과 보건 관련 사회적 갈등이 증가하는 추세다. 대중은 위험을 판단할 때 개인의 관심, 개인에게 미치는 정도 등을 감안한다. 이해관계자 그룹이 관심 있는 위험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므로, 맞춤형 소통 채널을 만들 필요가 있다. 미래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리스트를 만들어 자료를 공유하고 위기 대응 교육도 제공해야 한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