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제어시스템(KRTCS) 한국철도표준, 반쪽 논란 불가피

국토교통부가 17일 ‘도시철도용 무선통신기반 열차 제어시스템(KRTCS)’을 한국 철도 표준 규격(KRS)으로 제정했지만 정작 쓸 수 있는 곳이 한정돼 ‘반쪽 표준’이라는 비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도시철도에 공통으로 사용하는 ‘도시철도용 무선통신기반 열차 제어시스템(KRTCS)’을 한국 철도표준규격(KRS)으로 제정했다고 밝혔다.

도시철도(지하철)에는 노선별로 각각 다른 외국 신호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상호 호환성이 떨어지고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드는 게 문제다. 국토부는 시스템 표준화·국산화를 위해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으로 표준규격을 마련했다. 주사업자인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을 비롯해 LG산전, 포스코ICT, 삼성SDS 등은 3년여 연구 끝에 지난해 7월 세계 최초 LTE-R 기반 KRTCS 개발에 성공했다. KRTCS는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으로 시속 150㎞ 광역철도, 도시철도, 경량철도 무인·자동·수동 운전에 모두 사용할 수 있다.

2020년 개통 예정인 신림선(샛강~서울대)에 처음 적용될 계획으로 설계가 시작됐다. 발주 예정인 광주지하철 2호선, 김포도시철에도 사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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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술로 개발한 LTE-R 기반 KRTCS가 한국철도표준으로 제정됐다. 전남 무안군 일대 대불선에서 KRTCS를 테스트하는 모습.

총 개발비 45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LTE-R 기반 KRTCS가 도시철도용으로 표준화됐지만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받는다. 일반·고속철도에는 쓰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KRTCS 개발 사업을 1단계로 종료하고 2단계 일반·고속철도부터는 ‘유럽 열차제어시스템(ETCS) 레벨2’ 기반 ‘한국형 ETCS(KTCS)’를 개발하고 있다. KTCS는 지난 8월부터 KRTCS로 용어를 잠정 통일했다.

국토부와 철도시설공단 등은 1단계에서 개발한 LTE-R와 KRTCS는 세계 최초 기술이지만 국제 표준이 아니기 때문에 세계화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KRTCS는 시속 150㎞까지 시험한 도시철도용으로 고속 안정성 문제를 개선해 2단계 연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철기원을 비롯한 KRTCS 진영은 ETCS야 말로 일부 유럽기업 표준으로 KRTCS는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표준을 준수한다고 반박했다. 450억원을 투자한 국산 기술이 일부 도시철도에서만 쓰이다 사장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논란이 일었다.

국토부가 기존 방침을 고수하면서 독자기술로 개발한 KRTCS는 1단계에서 개발이 멈춘 상태다. 일반철도와 고속철도용으로는 쓰일 수 없어 국내 지하철이나 해외 지하철 사업을 노려야 한다. 하지만 해외 도시철도는 일반철도와 연계되는 경우가 많아 시속 200㎞에서도 통신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KRTCS 1단계 사업에 참여했던 업체 한 관계자는 “많은 예산을 투입해 오랫동안 개발한 독자 기술이 이대로 사장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시속 200㎞ 고속 환경을 위한 추가 연구를 지원해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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