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미국인 아침 식단을 바꿨다. 그는 1930년대 양돈업자 요청으로 돼지고기 소비를 늘리려 ‘베이컨’을 개발했다. 그리고 베이컨이 포함된 식단을 ‘정성 어린 아침 식사’라고 포장했다. 기존 미국 조식에는 단백질이 부족하다는 의사 소견도 곁들였다. 베이컨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정성 어린 아침 식사’라는 광고에 온 국민이 식습관까지 바꿔버렸다.
버네이스는 광고로 여성 흡연율까지 높였다. ‘럭키 스트라이크’라는 담배회사에서 홍보 의뢰를 받은 그는 근사하게 차려입은 여성이 담배를 피우며 뉴욕 5번가를 활보하도록 했다. 그러자 담배가 ‘멋쟁이 여성’ 아이콘처럼 돼버렸다. 여성 흡연이 유행처럼 번졌다. 버네이스가 개척한 대중 광고의 힘은 막강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태도와 행동까지 바꿔버린다.
오늘날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정보의 홍수에도 광고의 위력이 여전히 유효할까. 이 순간에도 수많은 정보가 다양한 매체에서 우리 곁을 흘러간다. 과거에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정보도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알려야 하는 기업에는 기회이자 동시에 부담이다. 당장 고객 접점은 넓어졌다. 다양한 매체로 고객에게 신제품과 서비스를 빠르게 알릴 수 있다. 막대한 자본만 있다면 어떤 소비자에게도 제품을 노출시킬 수 있다.
하지만 고객은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정보를 접한다. 고객이 기억하는 정보는 일부에 그친다. 이것이 바로 기업에 부담이다. 많은 사람에게 충분히 제품·서비스를 노출했지만 고객은 그것이 어떤 제품인지, 어느 회사가 내놓은 것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도 광고는 유용하다. 고객은 여전히 자신에게 필요한 상품 정보에 목말라 한다. 대안은 하나다. 바로 고객 머릿속에 남는 창의적 광고를 기획하는 것이다. 막대한 자본으로 수도 없이 노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매체가 늘어날수록 그런 물량 공세는 한계를 겪을 수밖에 없다. 투자 대비 효과가 매우 떨어진다.
기술의 발달과 보편화도 광고의 중요성을 부각한다. A사가 좋은 제품을 내놓으면 짧게는 몇 주 후 경쟁사가 유사한 기술의 제품을 내놓는다. A사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야 한다. 시장이 움직이도록 고객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려면 제품을 알려야 한다. 바로 광고다. 시장 개척자인 A사가 제대로 제품을 알리지 못했다면 수익은 후발주자가 누린다. 고객은 ‘누가 먼저 개발했는지’보다는 ‘어느 회사 제품이 머릿속에 떠올랐는지’에 따라 제품 선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 가운데 완성된 제품을 제대로 알리지 못해 어려워진 사례도 많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광고와 같은 홍보·마케팅 중요성을 간과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당초 예상했던 개발 예상 자금을 빠르게 소진해버리고 이후 은행에서 어렵사리 빌린 돈으로 제품을 완성하지만 정작 이를 알릴 마케팅 비용이 없는 때다. 전문가는 기업에서 제품을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자금만큼 마케팅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한다. 기술 상용화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기술자 출신 기업가는 이해할 수 없지만 마케팅이 그만큼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올해도 셀 수 없이 많은 튀는 아이디어의 광고가 지면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영예의 대상은 SK텔레콤 ‘연결의 무전여행’ 시리즈가 차지했다. 리얼한 ‘소통’으로 연결 가치를 담아낸 역작이다. 소비자와 진심 어린 소통 과정을 보여주면서 SK텔레콤 핵심가치인 ‘연결의 힘’에 공감을 불러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 S6│S6 edge’ 인쇄광고가 제품의 강렬한 이미지를 제대로 알려 금상을 수상했다. LG전자와 SK브로드밴드가 각각 은상과 동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전자신문 심사위원단은 수많은 광고 가운데 최고의 제품을 찾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심사는 크게 세 단계로 나눠 진행했다. 지난 8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총 200여개 출품작을 접수했다. 1차 심사는 본사 전문기자로 구성된 예선 심사위원회 평가로 진행했다. 현장 취재에 바탕을 두고 광고 후 기업과 제품 이미지 개선 효과를 중점 평가했다. 예선심사에서 20개 작품을 본선 대상 작품으로 선정했다. 본선 입상작은 심사위원이 매긴 점수를 종합 집계해 점수 순으로 대상부터 동상까지 확정했다. 각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을 부문별 최우수상으로 선정했다. 심사 기준은 제품 광고 전략 적합성, 창의성, 소비자 호소력 등이 있었다. 아이디어·카피라이터·일러스트·사진·디자인 등 종합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하되 예술적 가치보다는 마케팅 기여도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전자광고대상은 1999년 시작해 올해 17회째를 맞는다. 국내 유일 정보통신기술 전문 분야 광고대상으로 한국 IT산업 발전과 함께 꾸준히 성장했다. 전자광고대상은 그런 측면에서 시대 흐름을 제대로 반영해왔다. ICT 대표 기업은 기술 개발과 동시에 전자신문 지면에 제품 출시 소식을 알려왔다. 그래서 전자신문에 실린 광고는 당시 시대 제품과 서비스 트렌드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매체 등장에도 전자광고대상은 그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낼 것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