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매년 ‘서비스 기술올림픽’을 개최, 전국 3000여 서비스 엔지니어 역량을 겨룬다.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휴대전화 등 5개 제품군별로 수리 능력과 과정에 대한 서술을 평가한다. 엔지니어 능력이 회사의 얼굴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문영민 LG전자 송파서비스센터 부장은 지난 2010년 이 대회에서 ‘대명장’에 오른 자타공인 LG 서비스 최고 전문가다. 2004년 ‘명장’에 이어 12월 현재 11명뿐인 대명장 칭호를 받기까지 20년 간 ‘LG전자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생활가전을 잠시 맡았던 걸 제외하면 내내 휴대전화만 수리했다. PCS, 피처폰, 스마트폰 등 LG전자 휴대전화 역사와 함께했다.
문 부장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에 서툰 어르신을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 사용법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내장 메모리에 담아드린 적도 있다”며 “내구성을 테스트, 증명하기 위해 SUV 차량으로 LG 스마트폰을 밟거나 부수며 제품 성능을 스스로 검증했다”고 말했다. 여러 상황을 가정해 고객 입장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다.
LG전자는 올해를 ‘휴머니즘 서비스’ 실현 원년으로 삼았다. 투명과 속도, 신뢰 등 3요소를 내세웠다. 문 부장은 “서비스센터가 가까운 것도 고객이 LG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가 된다”며 “서비스가 잘 돼야 판매도 잘 된다”고 설명했다. ‘수리의 절반은 고객 이해에서 이뤄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회사도 엔지니어 역량 강화를 위해 온·오프라인 교육 기회를 지원한다.
대명장으로서 후배 엔지니어를 위한 노하우 전수는 큰 책임이다. 대명장, 명장 엔지니어가 겪은 현장 경험을 교육과정에 담았다. 누구나 신제품 노하우와 관련 이슈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글로벌 기술공유 홈페이지를 활용한다. ‘감정 노동’ 특성상 후배 엔지니어의 말 못할 고민을 먼저 들어주는 것도 선배의 역할이다.
기술올림픽에 대한 LG전자의 관심과 지원은 크다. 지난 11월 27일 열린 올해 대회에서는 대상 이철우 연수센터 엔지니어를 비롯해 16명이 수상 영예를 안았다. 이들은 명장과 대명장이 될 수 있는 가산점을 얻어 ‘예비 명장’ 자격을 획득했다. 명장과 대명장에게는 기술지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전국 LG전자 서비스센터 자문역에 위촉해 자긍심을 드높였다.
전양균 LG전자 한국서비스FD담당(상무)은 “치열해지는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사후지원(AS)”이라며 “진정한 고객 서비스를 위해서는 기술력과 고객 응대력이 필수적”이라고 기술올림픽 개최 배경을 소개했다.
엔지니어 최고봉에 오른 대명장의 다음 꿈은 무엇일까. 문 부장은 “대명장으로 활동하며 보고 느낀 경험을 더 많이 활용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수리뿐만 아니라 조직 내 소통 노하우를 펼쳐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발전은 곧 후배의 발전이고 회사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믿음을 갖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