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한국을 ‘다이나믹 코리아’라고 자랑스럽게 지칭하면서 그동안의 압축성장, 해외 관광유치를 위해서도 이러한 표현을 자주 사용해 왔다.
이는 지난 1960년대 이후 한국이 이룬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생각하면 당연한 표현인지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우리의 강점으로 작용했던 ‘빨리빨리’ 문화가 쌓아올린 다행스런 기적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사고, 지난 5월 메르스 사태를 거쳤다. 그러나 정치권을 비롯해 정부 부처, 우리 사회 모두가 여전히 총체적 늪에 빠져 있는 듯하다.
세월호 진상규명과 보상을 다룬 세월호 특별법 시행, 공직사회 적폐를 근절하기 위한 관피아 문제, 병원 전염병 대책 등 국민적 합의를 거쳐 시원하게 해결되는 것 없이 여기저기서 갈등과 반목의 소리만 요란하다.
더구나 엄청난 국가적 재난 이후에도 연이어 터지는 각종 사고를 보면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기는 커녕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안전 불감증은 여전히 심각한 것 같다. 이들 사고는 그동안 우리의 강점으로 작용한 ‘빨리빨리’ 문화로 소홀히 했던 기본규정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 우리 사회의 시스템적 붕괴라 할 수 있다.
한국사회는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사회라고 한다. 어느 학자 분석에 의하면 한국인 의식 기저에는 샤머니즘적 감성이 깊게 자리 잡고 있어 이것이 긍정적 방향으로 작동하면 월드컵 거리 응원처럼 신명나는 에너지로 승화될 수도 있지만, 부정적 방향으로 흐르면 몇년 전 광우병 시위, 최근의 광화문 불법시위처럼 파괴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한다.
소설가이자 사회평론가인 복거일 씨는 우리사회 도덕수준이 원래 높지 않은 데다 6.25전쟁, 도시화의 급속한 진전 및 정부 비대화로 이러한 부정적 현상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불행히도 지금 우리사회에선 가장 중요한 약속인 법을 어긴 사람들에 대한 응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소위 ‘떼법’이라는 이기적 집단들의 불법행위 앞에 공권력은 무력하다. 자유민주사회의 기본인 교통질서만 보더라도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은 물론이고 불법주행, 심지어 위협적인 보복운전 등 선진 질서문화에는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2014사법연감에 따르면 경찰을 폭행하거나 공무집행을 방해해도 대부분이 벌금 아니면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10%정도만이 실형을 선고받고 있는 형편임을 감안할 때 평화적 집회, 시위는 보장하되 공권력도전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엄벌을 해야한다는 소리가 높다.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터라 이에 따른 경쟁지상주의와 심각한 경제적 양극화가 낳은 이러한 사회적 분노를 분석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967년 과학기술처가 설립된 이후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추진을 위해 불철주야 헌신했던 과학기술 전담부처 전직 관료들 중심으로 1984년 설립된 과우회는 현재 총 800여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친목단체다. 물론 이들 중에는 연구기관, 교육계, 언론계 출신 고경력 과학기술자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다른 부처 전직 관료모임은 주로 친목위주로 운영되고 있으나 과우회에는 9년 전부터 봉사단을 두고 과학관 전시품 해설봉사, 초중고교 특강, 찾아가는 과학교실 운영, 사회 봉사 등 작년 한 해에만 6500여명 봉사단원이 학생과 일반인 3만여명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과천과학관, 대전 중앙과학관 등에는 매일 20여명 과우봉사자가 출근해 전문 분야별로 전시품 설명과 관람객 안내서비스 등을 맡고 있다. 심지어 전교생이 26명인 강원도 산간벽지 학교에도 찾아가 과학실험을 지도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미래부, 과학창의재단 및 에쓰-오일과학문화재단 후원으로 에티오피아에 시멘트 전문가를 파견해 생산현장 기술지도를 하고 한국에 기술자 초청연수도 실시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시멘트기술지원센터도 현지에 개설했다. 앞으로는 상대국 요청에 따라 시멘트 생산기술교육은 물론이고 현장 기술지도를 계속해 나가면서 비료생산 등 화학공업발전을 위한 중장기 기술개발계획도 자문하고 있다.
수도권 초등학교 5, 6학년 영재학생 중에서 서울, 인천, 경기 등 3개 교육청에서 추천받은 120명 학생과 이미 졸업한 중학생 대상으로 매월 영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서는 다수 고경력 과학기술자들이 수리정보, 물리천문, 생명공학, 융합기술 등 전문분야별로 멘토 역할을 신명나게 하고 있다.
영재아카데미 목적은 타기관 영재교육과 달리 일류대학 진학을 위한 일시적 멘토가 아니라 창의성 개발과 현장체험을 통한 진로모색 위주 장기적 멘토링을 통해 학생은 물론이고 학부모까지 참여하는 새로운 영재교육 모델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
더 나아가 금년부터는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영재 초중생을 대상으로 별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앞으로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러한 봉사활동으로 과우봉사단은 매스컴의 많은 조명을 받았고, 국회 대한민국공로봉사상, 서울시장 봉사상,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 행정안전부 장관상, 공무원연금공단 퇴직공무원 최우수봉사단체상 및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재능나눔상을 수상하는 등 갖가지 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말에는 전국자원봉사자대회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우리 회원들은 이러한 포상과 격려에 더욱 고무돼 자칭 ‘착한 관피아’ 집단으로서 과학사랑의 열과 성을 다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앨빈 토플러의 저서 ‘부의 혁명’에 의하면 지식혁명이 불러올 미래는 ‘시간, 공간, 지식’에 의해 좌우되며 특히 사회 계층 간 속도의 격차를 지적하고 있다. 기업이 시간당 100마일로 달려가는데 정부는 15마일, 정치는 3마일, 법조계는 1마일로 기어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국민 모두가, 특히 정치권과 법조계가 뼈를 깎는 자성과 내부개혁을 토대로 사회적 모범을 보이면서 제2건국 수준의 국가대혁신이 필요한 때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제기되어온 소위 ‘관피아’ 문제 또한 중요한 해결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관피아 척결이라는 이름하에 업무의 전문성도 없이 무늬만 바꾼 소위 정피아 등의 낙하산 인사가 비판을 받고 있다. 국가발전을 위해 경쟁력이 있는 유능한 관료가 공직을 떠나지 않도록 전문성을 강화하고 능력위주의 사기진작 등 신중한 보완대책도 필요하다.
청와대에 인사수석실이 신설되고 작년에는 인사혁신처가 발족돼 관료제 적폐를 도려내면서 능력있는 인재 사기를 북돋울 수 있는 혁신적 인사시스템이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권오갑 과우회 회장(전 과학기술부차관) okgoy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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