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 ‘수직계열화’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 1~3위 스마트폰 업체가 자체 설계 AP를 자사 제품에 탑재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퀄컴과 미디어텍 같은 범용 AP 판매 업체에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제품을 팔 곳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 시리즈에 직접 설계한 A시리즈 AP를 탑재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자체 AP 엑시노스 시리즈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려 내부 조달 비중을 높이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최초 14나노 핀펫 공정 AP인 엑시노스 7420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제품은 갤럭시S6 주력 AP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 AP 출하량도 작년 대비 대폭 확대됐다. 회사는 차기 버전인 엑시노스 8890 옥타가 내장 모뎀 기능을 퀄컴과 동등하게 끌어올린 점을 강조한다. 스마트폰 3위 업체인 중국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기린950을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할 예정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8380만대(23.7%), 애플 4800만대((13.6%), 화웨이 2670만대(7.5%)를 기록했다. 세 회사 점유율 합계는 44.8%에 이른다.
LG전자와 샤오미도 독자 개발 혹은 공동 개발 형식으로 AP 설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는 독자 AP 뉴클런 후속 버전을 개발 중이다. 샤오미는 중국 다탕그룹 반도체 계열사인 리드코어와 공동으로 차세대 14나노 AP를 개발하고 있다. 리드코어는 샤오미 저가 제품인 홍미 2A에 AP를 공급한 사례가 있으며 차세대 제품도 함께 만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스마트폰 업체가 AP 수직계열화에 나서면서 프리미엄 시장에서 퀄컴과 미디어텍 등 범용 AP 판매 업체 입지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와 하이실리콘은 내부 거래와 함께 외부 판매도 적극적으로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퀄컴 점유율이 떨어졌다. 삼성전자가 14나노로 치고 나오면서 갤럭시S6에 칩을 넣지 못한 것이 점유율 하락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SA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퀄컴은 1억4730만대 스마트폰 AP를 출하했다. 매출액은 22억2400만달러였다. 작년 동기 대비 출하량은 3.5%, 매출액은 17.4%나 감소했다. 퀄컴 분기 AP 출하량과 점유율이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디어텍은 프리미엄 제품군 점유율을 높이지 않으면 매출 성장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저가 AP 시장에서 인텔이 치고 올라오는 것도 퀄컴과 미디어텍에는 부담이다. 인텔은 중국 록칩과 모뎀 통합 AP 공동 개발·판매 협력 관계를 맺고 저가 시장 공략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