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11월 22일.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 본관 1층 단상에 섰다. 김 전 대통령은 차분한 목소리로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됐다는 사실을 국민에 알렸다.
꼭 18년 뒤인 2015년 11월 22일,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역사에 내려놓고 조용히 영면했다. 날짜만으로도 극적이고 길긴 인연이다.
당시 세계 11위 경제 대국이었던 한국은 그야말로 ‘하루 아침에’ IMF 구제금융이란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김 전 대통령은 담화에서 “지난 30여년 이룩해온 경제 발전으로 세계가 부러워하던 우리 경제가 왜 이렇게 되었느냐는 질책도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 여러분에게 참으로 송구스러울 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는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구조조정 고통이 최소화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며 “시급한 외환 확보를 위해 IMF의 자금지원 체제를 활용하겠다”고 경제난 극복 의지를 밝혔다.
이런 의지가 통했는지 이후 집권한 김대중 국민의정부는 IMF 탈출에 모든 정책적 힘을 모았고, 우리나라는 최단기간 내 IMF를 졸업하는 국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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