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현장스케치> `2015 한국지식재산협회 콘퍼런스` 이모저모

정부와 기업, 함께 그러나 따로?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협회가 공동 주최한 ‘2015 한국지식재산협회 콘퍼런스’에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텐데요. ‘지재권의 정당한 활용과 최신 IP이슈’를 주제로 지난 12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개최된 이 행사에서, 지재권을 남용하지 말라는 정부 입장과 최신 IP 이슈에 관한 기업 입장이 각각 세션 A와 B로 나뉘어 진행됐습니다. 지재권을 마음껏 활용하고 싶은 기업과, 지재권 행사도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정부 입장이 미묘하게 대립한 이 날 행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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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한국지식재산협회 콘퍼런스`에서 이준석 특허청 차장의 격려사가 진행되고 있다 / 자료: 특허청

기조연설은 김학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맡았는데요. ‘지식재산권과 공정거래법의 조화’를 주제로 한 이 연설부터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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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현 공정위 부위원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지재권 제도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는 서두부터 특허권이 경쟁자를 공격 또는 방어하기 위해 사용되면서 오히려 경쟁과 혁신이 제한되고 있다는 내용이 이어지니 장내 분위기가 조금 싸늘해집니다.

지재권 무용론이 주제는 아닌 것 같네요. 공정거래법과 지재권 모두 ‘창의와 혁신이 목적’이라는 내용이 뒤를 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장내 분위기는 여전히 겨울날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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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확보한 지재권을 마음껏 누리고 싶은 기업과, 권리 남용에 이르는 지재권 행사까지 무한정 허용해줄 수 없다는 정부 입장. 이런 대립을 표현하듯, 오찬 이후 이어진 세션은 아예 방을 따로 잡은 모습입니다. 행사장 좌측에 위치한 세션 A에서는 지재권의 정당한 활용에 관한 정부 이야기가, 우측에 있는 세션 B에서는 최신 IP동향에 대한 기업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오후 첫 시간, 세션 A에서는 ‘지재권 분야에서 공정거래법의 집행’을 주제로 유영욱 공정위 서기관이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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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욱 공정위 서기관이 세션 A 첫 순서를 맡아 `IP분야에서 공정거래법 집행 사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기조연설과 같은 주제로 사례가 추가됐는데요.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퀄컴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사례도 제공됐습니다. 퀄컴이 로열티를 차별적으로 부과한 것이 시장지배적 남용 행위라는 공정위 주장이 2심법원까지는 받아들여졌다는 내용입니다. ‘정당한’ 특허권 행사가 아니면 공정위에서 나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이 보였습니다.

같은 시간, 세션 B에서는 이동호 삼성디스플레이 수석이 ‘특허법 개정에 따른 기업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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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 삼성디스플레이 수석이 ‘특허법 개정에 따른 기업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특허법 개정안과 특허심사기간 단축 추진에 대해 협회 내부에서 논란이 많다는 불만이 슬쩍 나옵니다. 개정안 이슈에 대해 찬성이 높게 나온 갤럽 설문조사와 달리 협회 내에선 반대가 90%에 가깝다는 IP경영분과소속 발표자 말씀. 질문을 해도 특허청이 묵묵부답이란 얘기도 반복되네요.

잠시 휴식시간을 갖고 이어진 세션 A에서는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미국 닌텐도 판례를 인용, ‘특허와 반독점법은 혁신 및 산업, 경쟁 제고를 목표로 한, 서로 상호보완적인 것’이라는 주제를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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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특허권의 정당한 행사 판단기준`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같은 시각 세션 B에서는 송철민 미리어드IP 대표변리사가 상표 종사자에 대한 고충을 사례를 통해 재미있게 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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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민 미리어드IP 대표변리사가 `특허조직 내 상표 특수성의 이해`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애니콜이 영미권에서는 ‘부르면 언제나 달려오는 콜걸’로 인식될 위험성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마지막 세션 A에서는 최재식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부연구위원이 ‘특허분쟁 단계별 공정거래법 이슈’를 주제로 의약특허분쟁을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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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식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부연구위원이 `특허분쟁 단계별 공정거래법 이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세션 B에서는 최준식 현대자동차 팀장이 ‘직무발명보상제도의 최근 동향’에 대해 공유했는데요. 삼성이나 LG에서 직무발명보상 관련 소송제기 사례도 있고, 현대자동차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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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 현대자동차 팀장이 `직무발명보상제도의 최근 동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요새 뜨는 이슈다 보니 질문도 10개 이상 쏟아졌습니다.

세션 B 두 번째 시간에 나온 이야기가 이날 행사를 관통하는 주제라는 분위기입니다. 특허와 반독점은 서로 상반되는 것 같지만, 같은 목표를 향한다는 내용입니다. 정부와 기업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으면서, 서로 ‘밀당’을 하며 접점을 찾아가는 것. 2015년 한국지식재산협회 콘퍼런스에서 보여준 현재 모습입니다. 연례행사인 이 콘퍼런스, 내년에는 모두에게 가장 좋은 방향으로 이미 접점을 찾아냈길 바랍니다.


IP노믹스=신명진기자 mj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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