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공기업 신재생에너지분야 투자·사업이 시들해졌다. 신재생 사업을 확대하라고 등 떠미는 쪽과 나중에 경영평가에서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재무적으로 부정적 점수를 매기는 쪽이 모두 정부란 것이 딜레마다. 발전공기업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부채를 경영평가 항목에서 제외시키는 특단의 조치 없이 무작정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벌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11일 신재생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발전공기업이 부채 감축 일환으로 사업 지분율을 줄이는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분야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신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치한 투자가 부채로 남으면서 경영평가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공기업 혁신작업 일환으로 부채감축 목표를 정하고 목표 이행이 부진하면 이를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발전공기업은 꼭 필요한 사업만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발전소 신설이나 증설에는 한국에너지공단과 협의해야 하는 필수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추진하되, 다른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부채상황을 먼저 고려해 진행할 계획이다.
발전소 단독으로 추진하는 자체 사업은 당분간 어렵다는 분위기다. 민간사업자와 함께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해 진행하는 사업에서도 지분율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서부발전이 동두천드림파워 지분을 매각하고, 최근엔 동서발전이 당진에코파워 지분 매각에 나서는 등 그동안 주력으로 여겨지던 발전사업 지분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무리라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발전공기업에 할당된 신재생에너지 의무 할당량이다. 발전공기업은 한해 총 발전량에서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생산해야 하는데, 지분을 매각하면서 목표 할당량 이행 여건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다른 사업자가 가진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의무를 대체할 수는 있지만 이는 당초 취지에 어긋난다. 의무 할당량을 이행하면 부채 증가로 경영평가를 걱정해야 하고, 경영평가를 고려하면 할당량 자체 해결은 멀어지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도 고민이다. 다수 발전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지만, 총 설비규모가 2.5GW에 달하는 만큼 막대한 투자 유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발전공기업은 필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등 부채증가 부담을 분산시키는 방법 등을 구상하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 사업 부채는 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도상으로 일정 수준 이상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도록 돼 있고, 정책적으로도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권하는 만큼, 이에 대한 노력을 단순히 부채증가로만 봐선 안 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대안을 모색 중이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부채를 경영평가 항목에서 제외하는 직접적 대책에 앞서 발전공기업과 부채비율을 줄이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의무를 이행하는 대안을 우선 짜낼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의무와 함께 부채감축이란 두 가지 숙제로 발전공기업이 어려워하고 있다”며 “대안을 먼저 검토해 본 후 필요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관련 내용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