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분야가 다양한 고온초전도체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을 삼차원(3D) 전자 정렬모습이 포스텍 출신 동문들이 주도한 연구팀에 의해 관측됐다.
미국 스탠포드대 SLAC 국립가속기 연구소(SLAC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 이준식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4세대가속기인 LCLS(Linac Coherent Light Source)에서 X선을 이용, 고온초전도체 물질 이트륨 바륨 구리 산화물(YBCO)의 전자가 정렬한 모습을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기존 이차원 평면형태로만 알려져있던 ‘전하밀도파(charge density wave)’가 강한 자기장에서 3D로도 존재함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과학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최근 발표됐다.
물질의 전기 저항이 제로가 되고 내부 자기장을 밀쳐내는 ‘초전도 현상’은 자기공명현상(MRI) 촬영에 활용되고, 에너지원이나 자기부상열차에 활용된다. 하지만 초전도현상은 물질의 온도가 영하 240℃ 이하로 아주 낮은 상태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상용화에는 제한이 있었다. 지난 80년대에 들어서 처음으로 발견된 것이 영하 200℃ 이상에서 초전도현상을 보이는 고온초전도체다.
고온초전도체 연구가 각광받는 이유는 초전도체를 응용한 다양한 산업적 효과 때문이다. 초전도체가 산업에 응용되기 위해서는 사용 냉매의 가격을 고려할 때 그 현상이 일어나는 온도가 높아져야만 한다.
초전도체가 응용된 기술 중 가장 잘 알려진 MRI는 초전도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액체 헬륨을 이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올라간다. 고온초전도체를 이용하게 된다면 그보다 저렴한 액체질소를 냉매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핵융합 반응을 이용한 에너지원, 서울-부산을 40분만에 주파하는 자기부상 열차 등도 초전도체가 산업에 응용됐을 때 가능한 기술다. 하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고온초전도체 성질이 물리적으로 충분히 연구되고 현재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특성이 유지되어야 가능하다.
이준식 박사 연구결과는 기존 실험에서 보이던 데이터 불일치를 바로잡고 향후 다양한 조건 하에서 초전도체 물질 속 전자의 움직임을 전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결과로 주목받고 있다. 고온초전도체가 발견된 지 30여년 동안 밝혀지지 않은 초전도 현상의 원리를 밝혀내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팀은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 차세대 X선 광원인 X선 자유전자 레이저를 이용했다. 아직 미국 SLAC와 일본 이화학연구소 SACLA만이 가동하고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밝은 X선이다.이 X선은 원자와 분자수준의 관찰을 펨토초의 시간분해능을 통해 가능하도록 한다.
연구를 주도한 이준식 박사는 “연구팀이 촬영한 고온초전도체 전하밀도파의 입체적 특성은 지금까지 아무도 본 적 없다”며 “이번 연구성과는 고온초전도체 물리적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도 고온초전도체에 대한 물성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며, 연구결과를 토대로 보다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현상을 일으키는 새로운 초전도체 설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