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한수] <88>슬픈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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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에서 1만명 정도가 구조조정될 것이라고 한다. 이제 곧 엄동설한인데 직장에서 나온 나이든 직원들이 어디로 갈 것인가. 한 집에 네 식구로만 따져도 4만명이다. 4만명 생계가 위험해지게 됐고 조선업계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하도급 일을 하던 수많은 중소업체 직원도 마찬가지 처지가 됐다. 한창 여기저기 돈 들어갈 데는 많은데 몇 푼 얹어준 돈 가지고 어디 가서 무엇을 할 것인가. 조선업계에서 평생 일했는데 조선업계 전체가 구조조정 대상이니 다른 조선 업계에서 직장 구하기도 난망할 것이다. 노조에서도 당연히 반발할 것이지만 산업 자체가, 회사 자체가 기울어서 생긴 어려움을 어디에 하소연할 수 있겠는가.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지금 와서 책임을 따지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마는 지금 조선산업에서 구조조정이 다른산업으로 전파될 조짐이 있어서 더욱 걱정된다. 그래서 지금 조선산업이 그렇데 된 이유를 면밀히 따져 보고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조선업의 세계적 불황 때문이라고 말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덮어서는 안 된다. 사건이 생기면 철저하게 분석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고통스러운 일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조선업에서의 교훈을 가지고 앞으로 똑같은 일이 닥치게 될 다른 산업에서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세계 1위 조선업이라고 자랑하면서 승승장구할 때 경영자들은 오늘날의 불황을 예측했었어야 했다. 어느 산업이든 다 흥망성쇠가 있다. 산업 사이클이 최근에는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사업 환경에서 불확실성이 더욱더 높아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자 책임은 오늘에 있지 않고 미래에 있다. 그래서 경영자는 미래 지향적이어야 한다. 임직원 상대로 자기 젊었을 때 무용담을 늘어놓기보다는 산업 변화, 고객 변화, 제품과 서비스 변화의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고 이것을 임직원과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미래를 정확히 내다본다는 것, 회사를 위해 최선의 전략을 세우고 적극적인 실행력을 갖춘다는 것, 회사 내외의 이해당사자들로부터 협조를 얻기 위해 설득력을 갖춘다는 것은 경영자의 기본적인 덕목이다. 경영자는 높은 전문성, 강력한 실행력, 치밀한 설득력이 필요하다. 물론 경영자도 나름대로 최선은 다했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를 예견하는 것과 위기에 실제로 대처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우리 모두 구조조정은 경기 좋을 때 미리미리 하는 것임을 잘 안다. 그래야 희망퇴직한 사람이 다른 곳에 취직도 할 수 있고, 회사도 이들에게 충분히 보상해 줄 수 있고, 남은 임직원들에게 충격도 적다. 어느 정도 규모를 최적화해 놓고, 현금 흐름도 충분히 준비해 놓으면 불경기가 와도 똘똘 뭉쳐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도 교토삼굴 전략으로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컨설턴트들이 항상 혁신해라! 혁신해라! 혁신해라!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회사가 어려워 지기 전에 미리미리 사전에 대비하자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 당장 문제가 없다고 방심하고 현실에 안주하면 경영상 문제가 쌓이고 쌓여서 결국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노동자도 물론 책임이 있다. 자신들의 생산성보다 높은 월급, 더 좋은 복리후생을 좇다 보면 머지않은 장래에는 구조조정이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는 국내 경쟁업체와 경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인도, 베트남의 값싼 기능공과 경쟁하고 있다. 이들의 기술력이 우리보다 떨어진다고 해서 우리가 기술력 격차 이상으로 더 월급을 받는다면 이들과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 노동 집약적인 산업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거기다가 우리 주위에서 얼마나 많은 회사가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과 복지로 결국에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지 빤히 보고 있지 않았던가. 능력을 초과한 복지가 결국에는 국가 부도로까지 연결되고 국가 지도자가 남의 나라에 가서 빚을 탕감해 달라고 사정하고, 나라 전체를 구조조정하라는 압력을 받는 수모를 봐 오지 않았던가. 우리도 IMF 때 똑같은 수모를 당했다. 그때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직장에서 거리로 내몰렸는가. 이렇게 반복되는 노동자의 고통의 역사를 주위에서 보면서도 아직도 많은 노조가 회사 사정이야 어떻든 더 좋은 복지, 더 많은 임금을 공약으로 걸고 있다.

IT 관점에서 보면 이런 회사의 경영관리 시스템이 부실했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가 적자가 나거나 영업이익으로 차입금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면 회사는 곧 흔들리게 돼 있다. 또 한편으로는 회사 현금 흐름 투명성 확보, 부문별 손익관리, 프로젝트 수익성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해서 관리해야 하는 업종에서는 프로젝트별로 철저하게 예산관리, 비용관리, 원가관리, 수익관리를 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래서 모든 프로젝트는 실시간(Real Time)으로 관리해야 한다. 자료 입력에 시차가 생기면 그만큼 부정확하거나 자의적인 입력이 될 가능성이 크고, 결과적으로 부정확한 경영 판단을 할 가능성도 커진다. 대개 상황이 나빠질 때는 처음에는 서서히 진행되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급격하게 나빠진다. 리얼 타임 엔터프라이즈(Real Time Enterprise)가 돼 서서히 나빠질 때 경영자가 상황을 직감할 수 있도록 경영관리 시스템이 잘 정비돼 있어야만 한다.

조선업에서 구조조정이 시작됐지만 이제 곧 금융기관 등으로 번질 조짐이 보인다. 아마 우리 전통적인 산업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전통 산업이 디지털 혁명(Digital Disruption)으로 혁신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꼭 경기가 나빠져서가 아니라 산업은 어차피 발전하면서 버릴 부분은 버리고 갈 수밖에 없다. 사람의 구조조정도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경영자는 지금의 조선업계를 강 건너 불 보듯이 하지 말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경영전략을 다시 한번 챙겨 보고, 이에 따라 미리미리 작은 구조조정을 상시적으로 실시하는 지혜를 갖춰야 한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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