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혁신 딜레마’에 빠졌다. 시장도 삼성전자가 현재 직면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 주목하기 시작했다. 애플과는 고가, 저가 시장에서는 화웨이·샤오미 등과 경쟁해야하는 상황을 타개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BGR은 삼성이 ‘혁신기업 딜레마(Innovator’s dilemma)’에 빠졌다고 4일 전했다. 고가 제품에서는 애플, 저가 제품에서는 중국 제조사와 경쟁해야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8400만대 가량으로 지난해보다 6% 이상 성장했다. 2위와 3위를 차지한 애플과 화웨이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부진했던 모바일 사업 성적을 어느정도 만회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과제에 직면해 있다.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는 지난 3분기 스마트폰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며 200달러(약 22만원) 이하 저가 스마트폰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200달러 이하 제품 비중은 30%에서 올해 38%로 커졌다. 300달러(약 33만원) 이상 중고가 스마트폰 판매 비중은 낮아졌다. 지난해 55%에서 올해 3분기 40%로 줄며 전체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격은 180달러(약 20만원)를 기록했다.
시장은 삼성이 애플과 달리 수많은 안드로이드 제품 속에서 힘든 경쟁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애플과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경쟁이 치열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저가 안드로이드 제품과도 점유율을 위해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시장분석가는 삼성이 점점 더 가격경쟁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회사는 무선충전, 심박센서, 삼성페이 등 고부가가치 기능으로 차별화하고 있지만 저가 스마트폰 경쟁은 다르다. 소비자에겐 결국 삼성 스마트폰도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와 같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란 인식이 크다는 해석이다. 유일한 iOS 기기로 독자적인 시장을 만든 애플 아이폰과 다른 점이다.
삼성이 겪는 딜레마를 놓고 일각에서는 향후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온다.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터지는 삼성이 5년 내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가격으로 승부하는 모든 업체와 경쟁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영 출혈을 막는 길이란 해석이다.
시장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전망이란 반응이지만 이후 삼성 스마트폰 전략이 급변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삼성이 딜레마에서 벗어날 어떤 타개책을 내놓을 지 관심을 모은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