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KIKO) 피해로 도산 위기에 몰렸던 중소기업이 독일 BMW 본사에 차량용 블랙박스를 10만대 넘게 납품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공인된 기술력과 꾸준한 시장 개척으로 매출 600억원을 바라본다. 블랙박스 외 헤드업디스플레이(HUD)와 지능형운전자지원시스템(ADAS)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도 추진한다.
모바일어플라이언스(대표 이재신)는 BMW 본사 딜러옵션용(DIO) 블랙박스 공급이 최근 10만대를 넘어섰다고 2일 밝혔다. DIO 블랙박스는 BMW 본사가 세계 각국 딜러에 공급하는 ‘반순정’ 블랙박스다. 소비자가 딜러와 계약 시 항목을 체크하면 장착해준다. BMW 로고를 달고 나가는 제품인 만큼 본사 차원에서 품질을 관리한다.
BMW향 제품(모델명 ACE)은 작년 2월부터 출하를 시작해 작년 5만대, 올해 약 6만대 공급을 넘었다. 내년에도 약 7만대 공급이 예정됐다. 풀HD급 2채널 제품으로 차량 배터리 보호 및 관리 기술을 적용했다. 세계 12개국 언어를 문자뿐만 아니라 음성으로도 지원한다.
모바일어플라이언스는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제품을 개발·공급했다. BMW 본사가 내려준 제원에 맞춰 블랙박스를 개발·제작해 납품한다. 회사는 2013년 고프로와 가민 등 글로벌 유수 업체를 제치고 최종 공급자로 선정됐다.
과거 보쉬·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과 거래 실적, 국내외 ODM 시장에서 꾸준히 살아남으며 쌓은 기술력으로 BMW 장벽을 넘었다. BMW향 수출과 내수 실적을 합해 올해 6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재신 모바일어플라이언스 대표는 “최근 BMW 블랙박스 2차 선적을 마쳐 지금까지 공급 물량이 10만대를 돌파했다”며 “보쉬·지멘스 같은 유수 업체 거래 실적과 높은 기술력, 경쟁사와 달리 차량용 블랙박스 제품에 집중해온 점을 인정받아 공급업체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모바일어플라이언스는 한때 3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할 정도로 선전하다 키코 피해로 위기에 몰렸던 기업이다. 2004년 설립 후 첫 제품인 현대오토넷 ODM 내비게이션 ‘폰터스 이지’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이듬해 보쉬, 지멘스에 내비게이션을 수출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다 2008~2009년 파생금융상품 키코 피해로 250억원 이상 손해를 입었다. 비슷한 시기 발생한 GM 사태, 리먼브라더스 사태도 수출기업 목을 조였다. 워크아웃 돌입 후 침체기를 겪다 최근 3~4년 새 부활했다.
내수 시장 ODM 내비게이션으로 회사를 유지하며 2012년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에 진출했다. 그해 500억원 매출을 회복하고 2013년 517억원, 2014년 528억원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올해 6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다. 여세를 몰아 내년 상반기 IPO를 추진한다.
신성장 동력으로 헤드업디스플레이(HUD)와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시장을 개척한다. BMW 외 다른 글로벌 완성차 회사와도 DIO 제품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내년 본격 출하가 예상된다.
이재신 대표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에 단일 모델로 10만대 이상 납품 실적을 올린 것은 업계 전체로 봐도 이례적”이라며 “올해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해 내년 IPO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