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쌀쌀한 날씨 속 가야산에 한 젊은이가 오르고 있었다. 31살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막 사표를 낸 참이었다. 정재환 호코스 대표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사실 직장생활 1년차 때 이미 회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적성에 맞지도 않았고 왜 일을 해야 하는지 회의가 들었죠. 충동적 결정을 내리기 싫어 2년을 더 버틴 셈이죠.”
가야산 자락에 위치한 고시원에서 며칠을 묵으며 질문을 던졌다. “나는 왜 일을 하는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그는 그 답을 사람에게서 찾기로 했다.
작은 액션카메라를 들고 마단 나갈딘 페이스북 부사장부터 제주도 독립운동가 후손, 시장에 채소를 파는 할머니까지 127명을 만나 인터뷰했다.
정 대표는 “100명이 넘는 사람을 만나면서 그동안 남이 인정하는, 좋아하는, 우러러보는 것에 맞춰 살았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그가 만난 사람은 저마다 이유로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다. 직업에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의 공통점은 대부분 그 일을 하는 이유가 분명했다.
인터뷰 프로젝트는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줬다. 정 대표는 올해 NHN엔터테인먼트 애드 소속으로 권대욱 엠버서더 호텔 사장이 이끄는 청춘합창단 UN 공연을 성사시키는 데 일조했다.
정 대표는 “70대 고령인 분들이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일,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도우며 다시 한번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청춘합창단 사업이 마무리 되어갈 때 쯤 SK텔레콤 근무 시절부터 인연이 닿았던, ‘육일약국으로 갑시다’를 쓴 김성오 메가스터디 대표가 사업과 투자를 제의했다. 대기업을 퇴사하며 꿈 꾼 것 중 하나였던 화장품 사업이었다. 단순히 화장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이로운 제품과 정보를 공급한다”는 뜻에서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다.
IT업계 모임에서 만난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는 좋은 조건에 사무실을 제공했다. 남 대표는 정 대표에게 “힘들면 언제든 찾아와라, 성공하면 관심 없다”며 젊은 창업가를 격려했다.
호코스는 연내 ‘휘게(hyggee)’라는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한다. 올인원 제품을 먼저 출시할 계획이다.
온오프라인으로 상품을 파는 것을 넘어 아프리카TV 같은 MCN(다중채널네트워크)로 올바른 화장품 정보를 전달하는 일까지 구상 중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노하우가 풍부한 하드웨어 업체와 협력해 피부진단부터 처방까지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는 사업도 준비한다.
덴마크어 ‘휘게’는 행복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정 대표는 호코스와 휘게로 사람에게 좋은 상품, 올바른 정보 그리고 행복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가 사업을 하는 이유다. 1년 전 “왜 일을 해야 하는지”라는 고민 속에 가야산을 오른 청년은 이렇게 한 차례 성장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