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원전 르네상스의 신호탄’
지난 21일 중국이 영국과 무역투자협정에서 약 28조원에 달하는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에 원자력 산업계가 내린 평가다. 중국은 이 프로젝트에 약 11조원을 투자해 지분 30% 이상을 확보할 예정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뜸했던 글로벌 원전시장에 다시 불이 붙었다. 그동안 다수 국가가 의사만 밝혀왔던 신규원전 건설 프로젝트가 국제 입찰을 앞두면서 원전 사업자 간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원자력계는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원전을 강하게 밀어붙여온 영국이 이를 실행에 옮기면서 국제 원전 시장에서 사업 발주 봇물이 터질 것으로 봤다.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원전 시장
신규 원전 건설은 전 대륙을 관통하는 공통이슈다. 동유럽과 중앙아시아를 비롯해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 개발도상국이 경제성장 기초체력 확보 차원에서 원전 건설을 원한다.
체코는 주변국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후 원전 대체용으로 신규 건설 의지를 보인다. 최근 러시아 가스공급 정책 등 가스 도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가 전력안보 차원에서 원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프리카에선 나이지리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원전 건설을 위한 사업자를 물색 중이다. 양국 모두 전력 부족을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적어도 6기 신규 원전 프로젝트 발주를 준비하고 있다. 남미 국가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원전 건설을 계획 중이다. 브라질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관련 논의를 잠정 중단했지만 수력발전이 한계에 달하면서 원전 건설로 세계 6위 우라늄 매장국 장점을 살릴 계획이다. 이 밖에도 이집트,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등 9개국에서 60여기 원전이 발주를 앞뒀다.
이들 프로젝트에 참여를 계획 중인 주요 원전 선진국은 이미 레이스에 돌입했다. 과거 원전 시장은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이 주도했지만 우리나라 UAE 원전 수주와 최근 무서운 속도로 원전 건설 사업을 쓸어 담고 있는 러시아, 중국까지 전선이 확대됐다.
원자력계는 2020년 이후 신기후체제 등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관련 제재 강도가 심해지면서 온실가스 다배출 발전소 대체를 위한 원전 건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력 무게추 ‘원자력’ 역할 흔들리지 말아야
우리나라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올해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별다른 설비계획 없이 원전 2기만 추가 건설할 방침을 정했다. 잠정 설비로 잡혀있던 석탄화력발전소 계획을 취소하면서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재확인했다.
발전업계는 발전 연료 트렌드 변화가 시작됐다고 본다. 정부 정책을 떠나 기후변화와 배출권 이슈로 석탄화력이 지금과 같은 경제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신규 석탄화력 건설이 묘연해진 반면, 설비 노후화에 따른 수명 30~40년 된 발전소 폐기는 눈앞에 다가왔다. 지금은 전력수급이 원활하지만, 국가 전력 40%에 달하는 석탄화력을 대체할 수단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우리나라 발전설비는 하나 둘씩 폐기수순을 밟고 있지만, 전력사용량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거래량은 2001년 19만8788GWh에서 2014년 49만399GWh로 상승하기까지 단 한 차례도 줄어든 바 없다. 국가적으로 전력수요를 조절하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각종 전자기기와 스마트폰·배터리 등 개인이 사용하는 전력이 늘어나면서 전체 사용량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폭발적인 증가가 예상되는 전기차와 가정용 냉난방에도 전기가 사용되는 등 사회 전반에서 전력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도 변수다.
발전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석탄화력 축소 밖에 없는 만큼, 원전의 기저발전 역할은 갈수록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전기 중심사회로 전환하는 가운데 기후변화에도 대응하기 위한 방법은 지금으로선 원전이 유일한 만큼 이를 지속적으로 키워 국가 전련 안정과 함께 국가경쟁력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
원자력계 한 관계자는 “후쿠시마 이후 많은 국가가 원전 반대여론에 부딪혔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다시 원전카드를 꺼내들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설비 폐기와 기후변화 등 이슈를 감안하면 답은 이미 나와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시장 선점 기회가 눈앞에 놓여있지만, 지금 우리는 원전이 정치 이슈로 취급되면서 국제 경쟁력까지 위협받고 있는 모양새”라며 “원전에 대한 현실적 판단과 함께 산업계도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기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 및 건설 계획 중인 세계 원전
자료:국제원자력기구
최근 10년간 원전 수주 현황
자료:국제원자력기구
국가별 발주예정 원전
자료:세계원자력협회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