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 <법정에 선 IP> 7-DNA,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DNA도 특허가 됩니다. 그러나 모든 DNA가 특허로 인정받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DNA가 특허가 되는지 아시나요?

몇 해 전 미국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자신의 BRCA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켰다는 검사 결과에 따라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았다고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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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BRCA1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확인한 후, 예방적 유방 및 난소 절제수술를 받은 미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

‘BRCA’라는 유전자가 유방암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의학계에 정설로 알려지자 미국 유전자 연구 전문업체인 미리아드는 BRCA를 쪼개 ‘BRCA1 유전자’와 ‘BRCA2 유전자’를 분리해냈습니다.

분리 유전자, 합성물, 이를 이용한 암 진단방법, 진단 키트 등에 대한 특허를 획득한 미리아드는 유방암·난소암 고위험군을 진단하는 ‘BRCA 분석 제품’을 출시합니다.

이제 암 진단을 위해 BRCA 유전자를 인체 내에서 분리할 때마다 미리아드에 고액 사용료를 납부하게 된 미국 분자병리협회(AMP)는 특허 무효를 주장,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됩니다.

협회는 인체로부터 분리된 분리 유전자는 물론, 이 유전자를 합성·변이시킨 변이유전자 ‘cDNA’ 역시 특허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송의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인체에 존재하는 유전자를 단순 분리한 BRCA1과 BRCA2 유전자가 특허가 되는지, 둘째로 분리 유전자를 생화학적으로 변이·합성시킨 변이 유전자 cDNA가 특허의 대상일 수 있는지가 각각 심판대에 오른 것입니다.

1심에 해당하는 미 지방법원은 미리아드의 DNA를 모두 무효화했습니다. 유전자 분리와 변이 모두 ‘자연산물을 일부 정제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본 것입니다.

미리아드는 이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고 이번에는 항소법원이 미리아드의 손을 들어줍니다. 인체 내에서 분리된 분리유전자와 변이유전자 모두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인위적 산물로, 특허 대상이라는 게 항소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결국, 지난 2013년 대법원은 양측의 의견을 절반씩 수용한 판결을 내립니다. 단순 분리된 유전자는 특허대상에 해당하지 않지만, 변이·합성 유전자 cDNA는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이 아니므로 특허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하늘 아래 인간이 만든 어떤 것도 특허가 될 수 있다’는 미국 대법원의 원칙 아래, DNA도 특허가 됐지만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인위적 합성 유전자’만이 특허로 살아남은 것입니다.

다른 유전자와 합성한 변이 유전자는 뭉쳐서 특허가 됐지만, 분리된 상태로 남아있던 분리유전자는 흩어져서 결국 특허로 인정 받지 못한 꼴이 돼버렸습니다.


IP노믹스=양소영기자 sy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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