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범용 석유화학 제품 대비 최소 15%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됩니다. 자동차 소재 등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우선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7일 SK이노베이션 울산컴플렉스 넥슬렌 제조 공장에서 만난 김광수 SK종합화학 폴리머생산기술팀장은 “(우리도) 고성능 폴리에틸렌(넥슬렌) 생산으로 일부 글로벌 화학기업이 독점한 고부가 폴리에틸렌 시장에 진입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넥슬렌은 SK종합화학이 독자 개발한 고성능 폴리에틸렌 제품 고유 브랜드다. 고부가가치 필름, 자동차 내장재, 케이블 피복 원료인 LLDPE, MDPE, POP, POE 같은 네 가지 합성수지를 말한다. 지금까진 글로벌 화학기업만 생산한 제품으로 SK가 이날 상업생산을 시작으로 경쟁대열에 뛰어들었다.
SK종합화학과 사우디아라비아 메이저 화학기업 사빅의 합작법인 에스에스엔씨(SSNC:SABIC SK Nexlene Company)는 이날 울산광역시 울주군 공장에서 넥슬렌 생산에 돌입했다.
고성능 폴리에틸렌 시장은 다우케미칼, 엑슨모빌 등 글로벌 화학기업이 독점해왔다. SK종합화학은 2004년부터 넥슬렌 촉매·제품·공정 기술을 독자 확보했다. 합작공장은 연간 LLDPE 기준 23만톤, POE 기준 15만톤을 병산한다. 폴리에틸렌 제품 병산에 성공한 것은 SK종합화학이 우리나라 최초다.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 사빅과 합작으로 해외 판매와 원료 수급도 수월해졌다.
넥슬렌은 기존 폴리에틸렌 대비 강도는 세고 무게는 가벼워 가격이 높다. 김 팀장은 “자동차 경량화 소재 등에 쓰이는 POE, POP 제품은 범용제품 대비 톤당 1000달러가량 더 비싸게 팔린다”며 “중국 화학기업의 범용제품 생산이 급증하는 데 따른 대응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합작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의 결실이다. SK종합화학은 넥슬렌 개발에 성공한 뒤 글로벌 합작사업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개발진과 경영진은 “한국에 공장을 지은 뒤 해외로 차츰 시장을 넓혀간다”는 전략을 세우고 최 회장에게 사업계획을 보고했다. 최 회장은 메이저 화학기업이 고성능 폴리에틸렌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SK 자원과 역량만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
2011년 3월 중동 출장 당시 알 마디 사빅 부회장을 만나 넥슬렌 기술을 소개하며 합작 협상의 물꼬를 텄다. 협상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넥슬렌 기술가치 평가에서부터 상업화 성공 이후 공장 증설 계획에 이르기까지 서로간 입장이 치열하게 대립했다. 최 회장은 경영 공백 이전까지 여러 차례 알 마디 부회장 등 사빅 경영진을 직접 만나 합작 공장 설립을 이끌어냈다. 직접 사우디로 수차례 날아가 마디마디를 푼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로써 최 회장이 진두지휘한 4대 글로벌 합작 프로젝트가 모두 궤도에 올랐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시노펙, 일본 JX에너지, 스페인 렙솔과 손잡고 각각 석유화학 제품과 윤활기유를 생산하는 국내외 합작공장을 잇따라 완공하고 상업가동에 들어갔다.
최근 경영 복귀 이후 글로벌 경영에 한껏 속도를 내는 최 회장의 다음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울산 넥슬렌 공장 준공식을 계기로 넥슬렌 글로벌 사업 거점을 확장하기 위한 양자간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과 알 사우드 회장은 준공식 하루 전인 지난 6일 서울 광진구 W호텔에서 만나 향후 넥슬렌 사업 확대와 추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오는 14일 미국 방문에선 자원개발(E&P) 신규 투자를 적극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SK이노베이션, SK E&S, SK건설 등이 비전통 자원(셰일가스·오일 등) 개발 분야에서 뛰고 있는 자원개발 사업 거점이다. 현재 신규 북미 셰일자산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최 회장 방문으로 구체적 성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최 회장은 이날 “사우디에 넥슬렌 제2공장을 지어 글로벌 사업거점을 확장하고 생산규모를 연 100만톤 이상으로 늘려 글로벌 생산체제를 갖추겠다”면서 “SK와 사빅이 넥슬렌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력사업 발굴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