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기관과 내연기관 발명으로 인류는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현대 문명을 건설하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화석 연료를 원천으로 삼는 내연기관은 방대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지구온난화 주범이다.
에너지 활용으로 우리는 새 시대를 맞았다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제3 세계를 중심으로 문명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경제 양극화도 심화되며 지구 황폐화를 앞당기는 주범으로 에너지가 지목받는 상황이다.
100년 가까이 지구를 움직인 화석연료 다음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떤 동력에서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까. ‘정보통신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20주년 기념식에서 특별 발표를 맡은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에서 해답을 찾고자했다. 바로 태양광이다.
“아직 7억~8억명은 기근에 굶주리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엄청난 쓰레기가 발생합니다. 이런 괴리를 줄이려면 보편적이고 분산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에너지를 이용해 산업을 성장시키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태양이 꼭 그렇다. 어느 곳에서나 보편적으로 에너지원을 공급받을 수 있다. 아직까지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기술로 점차 해결되는 추세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 에너지를 저장하기 어려웠던 문제도 있다.
전 의원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최근 ESS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유휴 전기를 ESS에 저장한 뒤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미국 네바다주에 세계 최대 규모 리튬이온전지 공장 ‘기가팩토리’를 건설한다. 차세대 전기차를 양산하려 시작했지만 ESS 가격 인하를 앞당기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 의원은 주장한다. 전 의원은 “테슬라는 7㎾/h ESS를 3000달러에 내놨다”며 “기가팩토리가 만들어지면 절반 가격에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렴한 ESS가 세계 시장이 풀리면 어떤 일이 생길까. 소형 ESS는 각 가정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으로 남은 전기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적은 양이지만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는 이나마 유용하다.
전 의원은 이 개념을 좀 더 확대하길 원한다. 바로 ‘선 빌리지(Sun Village)’다. 선 빌리지는 태양 에너지를 포함해 신재생에너지에 기반을 둔 자급자족형 생태계를 의미한다. 처음에는 에너지절감 주택을 시작으로 스마트농업 정보통신기술(ICT), 에너지 생산시설, 생활 복지 시스템까지 마련하면 자급자족 가능한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다.
전 의원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토대로 ICT를 접목해 지속 가능한 독립 마을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각박한 삶과 달리 꿈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예측했다.
우리나라도 선 빌리지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단순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에만 ESS 등 신재생에너지 주도권을 내줘서는 안 된다. 특히 ESS 기술력을 이미 확보한 우리 기업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확산 지원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표준 마련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신재생 에너지 관련 기술이 있지만 세계에서 통용되지 못한다면 시장 확대와 산업 주도 기회도 잃는다. 전 의원은 “우리나라가 표준 관련 특허 480여개를 가지고 있지만 항상 (라이선스 등은) 적자”라며 “핵심 산업 표준화 작업과 제대로 된 특허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