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20% 줄인다. 충전기 지원금은 33%나 삭감했다. 개별 보조금을 줄임으로써 지원 대상 차량 수를 늘리고 다른 방식 친환경차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는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정책 결정에 앞서 시장 상황과 산업계 현실을 세밀하게 짚어봤는지 의문이 든다. 지난 5년 동안 전기차 구매자에게 지원해 오던 보조금이 20%나 줄어든다면 구매자는 직접적인 차값 인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전기차 제조업체와 협의해 출고가 인하를 유도한다고 하지만 불경기에 기업 비틀기란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분류된 전기차 충전기 분야 중소기업 부담 가중이다. 조사를 해보니 충전기 1기를 설치하려면 최저 450만원가량에서 최고 660만원까지 들었다. 결국 내년 충전기 보조금 400만원을 받아도 설치하면 설치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란 얘기다. 더욱이 지자체별로 충전기 입찰방식이 다르지만 최종 낙찰가는 공모가 85% 정도에서 정해진다. 이 같은 제도와 지원 구조로는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앞으로 더 많은 전기차가 보급돼야 하는 방향성에는 이의를 달 필요가 없다. 정부가 고심 끝에 직접 지원금 규모를 줄이고 사용기반 확대로 방향을 정한 것도 공감한다.
북유럽 선진국이 차량 구매자에게 돌아가는 직접 혜택을 줄이면서 사회 인프라나 충전·주차 혜택을 늘려 전기차 확산에 성공한 것도 배울 만한 사례다.
정책 변수란 부담을 중소기업에 막 던져선 안 된다. 충분히 수용 가능한 환경 마련과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펴는 것이 불경기에 허덕이는 기업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 할 수 있다.
충전기 산업은 이제 갓 걸음마 단계다. 이런 분야가 잘 클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고 보호해주는 것이 정부 역할이다. 보조금은 줄더라도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제도적 보완과 정책 수정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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