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하고 단맛 나는 전어회가 생각나는 가을이다. 여름철 민어가 보양식으로 손에 꼽힌다면 전어는 저렴하게 가을에 즐길 활어회 메뉴다.
이지선 미디어유 대표는 요즘 전어회를 넣은 가을 제철 활어회 메뉴 구상에 한창이다. 소셜 미디어 마케팅 회사 대표가 횟감 매뉴 구상을 하는 이유는 ‘미친 물고기’ 앱을 내놨기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마케팅 회사가 음식 앱을 내놨다는 점에서 의외다. 이 대표 이력을 봐도 음식과 거리가 멀다. 이 대표는 1990년대 중반 일간지 기자를 하다 홍보대행사 드림커뮤니케이션즈를 차렸다. 이후에도 미국에서 경영대학원(MBA) 학위를 받고 미디어유를 만들었다.
활어회 전문 앱 ‘미친물고기’를 내놓은 건 순전히 이 대표 식성과 연관이 깊다.
이 대표는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 회를 먹는 마니아”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회를 즐기는 식도락가다 보니 노량진 수산시장에 단골집이 생겼다. 그리고 지인 여럿과 회식에서 노량진 수산시장 회를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게 모바일로 유통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하지만 모두 바빠 엄두를 못냈다. 그래서 올 초 혼자 단골집 사장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만든 게 ‘미친 물고기’다. 노량진 수산시장 5개매장 회를 온라인에서 주문받고 배달까지 해주는 온라인과 오프라인간 연결(O2O) 서비스다. 정해진 메뉴를 선택하거나 원하는 생선과 사람 수, 예산을 앱에 넣고 메뉴를 골라 주문하면 끝이다. 메뉴는 노량진 수산시장 매장 주인과 함께 짰다.
이 대표는 서비스를 만들면서 상인을 설득하기가 제일 어려웠다고 전했다.
컴퓨터조차 만져보지 않던 나이 지긋한 상인에게 O2O 서비스는 낯설었다. 1년에 수천억원씩 거래되는 대규모 전통 시장에서 모바일 서비스가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푸념도 했다. 하지만 믿음은 상인을 움직였다. 이 대표는 매장 주인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미래에 꼭 필요한 서비스고 매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첫 반응은 순조롭다. 앱 출시를 알리자마자 주문을 여럿 받았다. 이용 만족도 평가도 좋았다. 최근에는 제철 메뉴 구성은 물론이고 포장도 직접 꼼꼼히 챙긴다.
이 대표는 “나이 지긋한 분이 주로 매장을 운영하다보니 아날로그 감성은 넘치지만 젊은 감성에 맞는 포장이나 배달에는 낯설다”며 “이로 인해 직접 포장 재질과 방식까지 챙긴다”고 말했다. 아날로그식 판매에 디지털 감각을 장식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추가로 노량진에서 매장을 늘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사람 건강과 밀접한 음식을 다루는 만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친 물고기를 노량진에 이어 가락동과 강서 지역으로 넓히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는 “출발은 노량진에서 시작했지만 회를 즐기는 사람은 곳곳에 있다”며 “많은 사람이 빠르고 신선하게 회를 믿고 즐길 수 있도록 점차 지역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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