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국제유가는 `상저하고` 또는 `상저하중` 전망이 강했지만 지금은 `상저하저`가 현실화됐다. 연말까지 기조는 `저유가`로 기운 상황이다. ▶관련기사 5면
7일 관련 업계와 연구기관에 따르면 하반기 국제유가는 상승보다 하락요인이 많은 것으로 예측됐다. 달러화 금리 인상과 함께 이란 핵협상 비준, 중국 경기 침체에 따른 석유소비 감소 등 하락요인은 크고 장기적이다. 반대로 현재 나타난 공급과잉을 조절하려는 움직임은 느리고 미미하다.
국제유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산업계는 재화(재고) 가치 하락과 디플레이션 우려에 휩싸였다. 자원가격 하락에 따른 개도국 재무 상황 악화를 시작으로 한 수출시장 축소, 소비 정체, 제조업 기반 약화, 자원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에 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수출산업에 성장 기반을 둔 국가 입장에서는 커다란 악재다.
석유 관련 개발·플랜트·건설 시장도 사라지고 있다. 그동안 세계경제를 이끌어 온 중동, 남미, 동유럽권은 국제유가 하락 직격탄을 맞은 후 재정 악화를 이유로 다수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있다. 대형 장치 산업 프로젝트 감소로 자재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중국 철강 산업은 과잉투자와 수출 감소 이중고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철강, 플랜트, 석유화학 산업 수출이 하락하고 있다.
선진국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환율경쟁으로 치달을지 노심초사다. 지난주 G20회의에선 경쟁적 통화절하를 자제하자는 공동선언문까지 나왔지만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업계는 수출지역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전략을 주문했다. 우리나라 대기업 계열 플랜트·설비 기업은 올해 중동지역 프로젝트 수주는 단 한 건도 없지만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 수주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중동이 우리나라 수출 산업에 큰 비중을 차지해왔지만 국제유가 하락으로 그 비중이 확연히 줄었다”며 “지금은 빠르지는 않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곳으로 수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