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3월 이낙연 전남지사와 강인규 나주시장은 한껏 상기된 모습이었다. 연매출 1000억원, 임직원 200명이 넘는 전기 분야 중견기업 보성파워텍이 나주에 대규모 투자의사를 밝혀서다. 인구 10만명에 불과한 소도시 나주에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에너지기업 이전소식은 지역 내 핫이슈로 떠올랐다. 일자리 등 지역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보성파워텍은 한전이 조성하고 있는 에너지밸리 유치기업 1호 타이틀을 얻었다. 이 회사는 나주혁신산단 8000㎡ 부지에 100억원을 투자해 전력기자재 및 사물인터넷 스마트센서 등을 개발한다. 개발인력 등 직원 80여명도 새로 뽑을 예정이다.#2. 한전과 SK텔레콤은 지난 3일 서울 SK텔레콤 본사에서 전력과 에너지, ICT 분야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전력 및 에너지와 ICT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사업역량과 기술을 보유한 두 회사가 이번 협약을 맺어 창조경제 기술 융합에서 시너지가 기대됐다. 두 회사는 중소기업 동반성장 및 지역사회 상생을 위한 `빛가람 에너지밸리` 조성, 차세대 인프라 구축을 통한 스마트그리드 확산, 빅데이터 기반 창조경제형 신사업 공동 개발, 전력·융합 ICT 기반 해외시장 동반 진출 4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황량한 황무지와 배밭이 전부였던 나주 시골마을에 한전을 비롯한 효성, 보성파워텍 등 에너지관련 기업이 속속 모여 들면서 산업지형이 `에너지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나주로 이전한 조환익 한전 사장이 에너지밸리 조성계획을 발표하면서 드라이브가 걸리는 양상이다.
조 사장은 한전을 비롯한 한전KPS, 한전KDN, 전력거래소 등과 연관이 있는 기업을 2020년까지 500개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낙연 전남지사도 의기투합했다. 기업유치를 위해 소모적인 경쟁 대신 상생 분위기를 조성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윈윈전략`에 맞장구를 친 것이다. 한전은 GIST와 에너지밸리기술원 구축을 추진하면서 R&D와 신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냈다.
한전과 지자체가 힘을 모으면서 기업들도 나주로 발길을 속속 돌리고 있다.
우선 국내 에너지 분야 최대기업인 LS그룹이 광주 남구 도시첨단산업단지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LS그룹 소속 LS산전은 남구 대촌동에 들어설 도시첨단산업단지에 600억원을 투자해 공장 및 R&D 시설을 갖춰 고임금 양질 100명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1단계로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태양광 PCS(전력변환장치) 시험 및 실증센터를 구축하고 2단계로 전압형 직류송전시스템(HVDC)·직류(DC)기기 시험 및 실증센터로 확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LS산전은 전력공급과 계통보호에 사용되는 전력기기 제품 생산을 비롯해 태양광, 전기자동차 전장부품, 스마트그리드, 초고압직류송전(HVDC) 등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회사로 충북 청주와 충남 천안, 부산에 공장이 있다. 이번 호남권 투자는 광주가 처음이다.
보성파워텍에 이어 지난 6월에는 효성 등 32개 기업이 나주 이전을 확정했다.
이들 기업은 총 738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에너지저장장치 선두기업인 효성은 별도로 투자계획안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전체 투자규모는 예상보다 커질 전망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ESS, 전력 ICT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에너지밸리에 입주하면서 이종 기업 간 시너지도 기대된다. 에너지밸리 투자기업은 광주와 나주에 각각 분산 입주할 예정이다.
전력IT 솔루션 개발을 위해 80억원을 투자하는 넥스챌 등 7개사는 혁신도시 내 산학연 클러스터에 입주한다. 투자총액은 230억원에 예상 고용창출 인원은 280명이다.
인천에서 본사와 공장을 이전해 전력량계 등을 제조하기 위해 72억원을 투자하는 신한정밀 등 7개사는 나주 혁신산업단지에 입주할 계획이다. 투자총액은 269억원에 예상 고용창출 인원은 417명이다.
이번 기업유치 과정에서 광주시와 전남도가 협력해 혁신도시에 7개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조성 취지를 살렸다는 평가를 얻었다.
SK E&S, 포스코에너지 등 민간발전협회 10개 회원사도 지난달 빛가람밸리 투자 의사를 밝혔다. 올 하반기 착공 예정인 `빛가람에너지밸리센터` 준공 시기도 당초 2017년에서 내년으로 1년 앞당길 예정이다. 센터는 나주혁신도시 그린로 인근 전파진흥원과 인터넷진흥원 사이에 들어선다. 연면적 7550㎡,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로 지어질 센터건립에는 총 200억원이 투입된다. 센터는 `빛가람에너지밸리` 내에 이전 또는 입주 희망기업을 대상으로 연구개발(R&D), 창업보육 지원 등으로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이끌어갈 핵심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센터는 중소기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할 창업보육실 20개실과 에너지 신산업 발굴을 주도할 R&D연구실 15개실 등을 갖추게 된다.
지난 3월 말 에너지밸리 전력 인재 양성과 전력 신기술 연구 개발, 에너지신산업 발굴을 목적으로 나주 빛가람동에 문을 연 `기초전력연구원 분원`도 센터 내로 입주한다.
한전을 비롯한 에너지밸리센터 건립 협약 대상 기관인 한전KDN, 한전KPS, 전남도, 나주시, 한국전기산업진흥회 등도 관련 인원을 센터에 파견할 예정이다.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금융지원도 이뤄진다.
한전은 중소기업 육성자금 2000억원을 조성하고, 이 중 1000억원을 중소기업 대출이자 지원 목적으로 중소기업은행과 금융지원에 나선다.
조환익 사장은 “지자체와 협력해 에너지 관련 기업과 잇따라 투자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에너지밸리 조성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며 “창조경제가 풍성한 결실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남지사는 “보성파워텍 등 기업 투자가 성공할 수 있도록 행정지원은 물론이고 사물인터넷 및 스마트센서 연구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쏟겠다”며 “에너지밸리 조기 완성을 위해 투자기업 인센티브 제공, 유관기관 네트워크 구축, 필요 인력양성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에너지밸리 광주전남 주요 이전기업 현황>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