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상대의 집중 견제에도 불구하고 현재 38세이브를 기록 중인 특급 마무리 투수 오승환은 일본 한 시즌 최다 46세이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한다. 세이브는 곧 승리를 의미한다. 좋은 마무리 투수가 없으면 승률은 그만큼 떨어진다. 오승환은 빠른 공과 뛰어난 기술은 물론이고 좋은 인성으로 팀원들과 소통을 잘 해 세이브를 따낼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기업이 선발투수라면 시험인증기관은 마무리 투수다. 기업이 제품을 만들어도 인증과 인허가 없이는 시장출시를 할 수 없다. 그러나 선발투수가 매번 완투를 할 수 없는 것처럼 기업이 직접 해외에서 인증과 인허가까지 다 하기는 어렵다. 오승환이 국내무대를 넘어 일본으로 진출해 현지에서 위력을 펼치듯, 수출기업에 시험인증기관은 국내용 마무리 투수가 아닌 해외 현지에서의 특급 마무리 투수 역할을 해줘야 편하다. 중국속담에 ‘하늘엔 하늘의 법이 있고 땅에는 땅의 방법이 있다’는 말이 있다. 국가마다 시장 규칙이 전혀 다른 수출 현장에서는 시험인증기관 글로벌 현지화가 중요하다는 말로 들린다.
실제로 국내 미용제품 업체 A사는 중국진출을 모색하던 중 중국 식약처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지정시험소에서 까다로운 자체 시험기준을 요구하면서 국내 데이터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KTR 중국지사는 국내 시험평가 자료가 객관적이고 설득력이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설득, 해당 평가항목을 생략하고 등록이 가능토록 했다. 덕분에 등록기간도 3개월여 단축할 수 있었다.
현지 마무리 투수 중요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의료기기 제조업체 B사는 중국 내 대리인과 등록이 성사되면 수익을 5 대 5로 나누기로 하고 의료기기 등록 및 중국내 총판계약을 맺었다. 등록이 완료된 후 B사는 대리인의 업무태만과 영업부진을 이유로 다른 모델 판매권을 C사로 넘기려 했지만 계약을 ‘중국 내 유일 대리인’ 조건으로 맺어 해당 모델 판매를 포기해야 했다. 또 대리인과의 마찰로 결국 기존 모델 위생허가 등록증 유효기간 연장도 단념해야 했다. 제대로 된 현지 마무리 투수와 함께했더라면 이길 수 있던 게임을 지고 만 것이다.
기업이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제품은 오랜 연구개발 끝에 얻은 결과물이다. 새로운 신제품일수록 수출 상대국에 시험방법 표준이 없거나 있어도 까다로운 자료를 수시로 요구받는다. 특히 자국민 건강과 환경 문제를 명분으로 하는 보건, 환경, 안전 규제조치는 개도국조차 엄하다. 의료기기, 화장품, 기능성 식품 등 위생등록이 필요한 제품군일수록 요구하는 기술 자료도 많고 소요시간 또한 수년씩 걸리기 일쑤다.
제품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지는 시대에 3, 4년씩 인허가에 매달리게 되면 중소기업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인허가는 요건과 절차의 행정적 안내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국 담당기관과의 기술적 소통이 가능한 누군가는 발로 뛰어줘야 한다. 수출상대국에서의 인허가 대행으로 바르고 빠른 수출 길을 열어줄 수만 있다면 기업은 연구개발과 생산에 집중할 여력이 생긴다.
KTR는 수출기업의 해외 인허가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의료기기, 화장품, 기능성 식품 등 위생등록이 필요한 제품에 중국 법령상 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중국 인허가 기관과 기술적 소통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직접 수행하기 때문에 인허가에 요구되는 기술문서도 최소화하면서 소요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경감시키고 있다. 앞으로 브라질 등 중남미,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및 아세안 권역까지 확대 시행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이 여러 수출국가에서 확대 시행되면 우리 기업은 앞서 B사의 사례와 같이 상대국 브로커들에게 인허가를 의뢰했다가 실패하는 관행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수출 길에는 빠른 인허가가 핵심 요건이다. 야구도 선발투수와 마무리 투수 전술 전략이 다르듯이 수출 그라운드에도 기술적 소통으로 원스톱으로 인허가를 마무리하는 마무리 투수 전략을 마련할 때다. 항상 같은 패턴의 수출지원이 아니라 기존 행정적 지원에 더해 차별화된 기술적 세이브 지원 연계전략이 절실하다.
최형기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장 hyeongk@kt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