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시간’. 남북이 사흘 밤을 새워 협상을 진행한 시간이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수석대표로 한 남북 대표단은 22일 오후 6시 30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처음 대화를 시작했다.
1차 회의는 23일 오전 4시 15분까지 10시간 동안 진행됐다. 하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청와대는 “최근 조성된 사태 해결 방안과 앞으로 남북관계 발전 방안을 폭넓게 협의했다”고만 밝혔다.
약 11시간 정회한 회의는 23일 오후 3시 30분부터 25일 0시 55분까지 33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정회시간을 제외하면 무박 4일간 43시간 밤샘 협상을 벌인 것이다. 남북 회담에서 밤을 새우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사흘 연속 밤을 새우며 진행된 협상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평가다.
이번 협상에서 특이한 점은 북한의 강한 협상 타결 의지였다. 과거 북한은 협상 중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회의가 전개되지 않으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장시간 치열하게 논의를 이어가며 협상 자체는 흔들지 않았다.
회담 과정에서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해 때때로 북측이 목소리를 높여 위협적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협의점을 찾은 것은 회담에 대한 북한의 강한 의지를 방증한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회담에서 남북 대화를 제외하면 교착 상태를 풀어낼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두 차례 회의 중 북한측 대표단 요청으로 수차례 정회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이 중단된 시간 북한 수석대표인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대표인 김양건 노동당 대남 비서는 김정일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협상 내용을 보고하고 여러 차례 추가 훈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는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열렸다. 북측 대표단은 회담장에 인접한 회담 대표 대기실 등에 상황실을 꾸리고 평양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