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한발 앞선 프리미엄 제품과 차세대 기술력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단순히 내수시장을 방어하는 전략보다는 여전히 성장 중인 중국 시장에서 매출확대와 시장점유율을 높이자는 접근이다. 여기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산업협력 모델 확보 등을 병행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가전업체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 가전 강점은 프리미엄 기술과 ‘KOREA’라는 브랜드”라며 “이를 활용해 현지 판매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이 쉽게 따라오기 힘든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기기 등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차기, 차차기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중국 전자·IT교역 지난해 처음 1000억달러 돌파
무역협회(통관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중국 간 전자·IT 교역규모는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 2012년 845억달러(수출 588억달러, 수입 257억달러)였던 수출입 규모는 2013년 918억달러(수출 653억달러, 수입 265억달러)를 넘어 지난해 1006억달러에 달했다. 1000억달러 돌파는 지난해가 처음이다.
매년 수출과 수입 규모가 모두 상승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출이 절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각각 261억달러, 163억달러를 수출해 절대 비중을 차지했다.
가전에서는 지난해 TV가 수출 5억3600만달러, 수입 1억22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세탁기는 1억9100만달러 수출에 4800만달러 수입이다. 냉장고는 1억7200만달러 수출과 3000만달러 수입을, 에어컨은 300만달러 수출에 7700만달러 수입이다.
전체적으로 가전 교역량은 타 산업 대비 비중이 크지 않다. 각국에서 자국 브랜드 충성도가 반영된 가운데 FTA를 계기로 교역량이 늘어날 것에 대비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주요 가전, 프리미엄으로 중국 내수 공략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는 프리미엄 제품을 통한 현지 시장공략 강화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보급형 제품은 중국 로컬브랜드가 큰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부호가 사용하는 초고가 제품에서는 국내 제품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LG는 중국 현지에서 세탁기 생산라인에 모듈생산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조립-검사-포장’ 등 생산과정의 유사공정을 덩어리로 묶어 작업을 하면서 생산시간을 줄이고 생산량을 끌어올렸다.
TV에서도 초우량(VVIP) 고객 마케팅이 강화되고 있다. 중국 소비자 맞춤형 디자인에다 현지 특화 콘텐츠를 담은 스마트TV 등이 핵심이다. 특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커브드 UHD 등은 중국에서도 인기 있는 모델이다. 현지 주문형비디오(VoD) 공급사와 협업해 한류콘텐츠를 독점 제공하는 등 구체적 전략 마련도 필요하다.
냉장고는 초대용량, 스파클링 및 정수기능 탑재 제품으로 현지 고가시장을 타진할 만하다. 진흥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국 냉장고시장 점유율은 5% 남짓이지만 프리미엄급에서는 삼성과 LG가 35% 이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에 삼성과 LG의 현지 가전 생산라인도 확대되는 추세다. 이를 활용한 시장 확대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중 산업협력 채널도 넓혀야
글로벌 신경제에서는 경쟁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 내 연구개발(R&D)센터를 통해 로컬기업과의 공동 기술개발 등도 새로운 접근이 될 수 있다. 공동 제품 출시로 현지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 이외 제3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가능하다. ‘1+1’로 단순히 ‘2’가 아닌 ‘2+α’를 만들 수 있다면 좋은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소재부품 기업도 중국 현지 완성품 업체와의 기술 및 수급협력 구축에 나설 수도 있다.
진흥회 관계자는 “우리 기술력과 품질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 로컬기업 및 다국적 기업의 부품소재 아웃소싱 수요를 발굴하는 등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가전, 정보기기 업체 중국시장 진출 지원도 보다 확대해야 한다. 단순 현지 생산을 넘어 경쟁력 있는 중소 틈새가전 제품의 판촉 지원이다. 최근 온라인 유통을 통해 국내 중소 제품을 중국 현지 판매와 연결하려는 시도가 많다. 큰 비용 없이도 수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정부차원의 보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선전, 상하이, 베이징 등 현지 주요지역을 대상으로 한 시장개척단, 로드쇼 파견 등도 확대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는 중소형 생활가전 명품화 전략으로 수출전문기업 육성을 추진 중이다. 대부분 중국에서도 충분히 승부를 걸 수 있는 아이템이다. 지난해에는 무선안마기, 공기청정제습기, 물필터청소기, 온수매트, 블루투스 스피커, 휴대용 기타연습기 등을 선정한 바 있다. 중국 현지 시장상황에 맞춰 경쟁력 있는 국내 아이템과 국내 중소기업을 선정해 맞춤형 지원에 나서는 것도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