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프린팅솔루션 세계 선도 꿈을 구체화하고 있다.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했지만 삼성전자만의 강점을 살려 기존 업체와 기술격차를 좁혔다. 일부 분야에서는 업계를 선도하며 삼성 1등 DNA를 프린팅솔루션에서 실현하고 있다.
2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프린팅솔루션사업부는 2017년을 ‘세계 A3 복합기 시장 선두권 진입의 해’로 삼았다. 지난 5월 국내에 ‘삼성 스마트 멀티익스프레스 7(MX7)’을 출시하며 기업용 고속 인쇄까지 기업 간 거래(B2B) 시장 모든 제품군을 갖췄기 때문이다.
삼성이 이 제품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프린팅솔루션사업부는 소비자가전(CE)부문 산하지만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반도체, IT·모바일(IM)부문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SW)와 디지털이미징 등 삼성전자가 잘하는 기술을 집약했기 때문이다. 시스템온칩(SoC)으로 구현한 쿼드코어 중앙처리장치(CPU),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태블릿PC 사용자환경(UI) 등을 담았다.
정회정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사업부 전략마케팅팀 차장은 “MX7 출시로 삼성전자는 세계 복합기 시장에서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기업 고객은 업무 효율성을 위해 한 기업 제품만 쓰는 경향이 있어 소형부터 대형, 중속기부터 고속기까지 전 제품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감도 갖췄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현지 정보기술(IT) 기업 관계자를 초청, MX7을 소개한 자리에서 주요 기능이 호평을 받았다. 태블릿PC를 사용하듯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메뉴를 구성할 수 있는 UI, 자물쇠 대신 전자명령으로 용지함을 잠그는 ‘트레이 잠금’ 등이 삼성 독자 기술로 탄생했다.
정 차장은 “프린팅솔루션 업계 후발주자로서 광학, 반도체, SW 등 삼성 제품 차별성을 강조했다”며 “서비스지원 인력이 세계 시장을 철저히 분석해 ‘게임의 룰’을 바꾸기 위한 방안을 집중 연구했다”고 소개했다. 업계 최초로 신용카드 전표만한 A6 문서를 250장까지 한번에 스캔할 수 있는 기능도 종이문서 전자화를 위한 고속스캔 수요를 반영한 선택이다.
삼성전자는 ‘교체수요’를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시장 특성상 신규수요가 제한적이어서 단기간 내 수요가 나오지 않는 제품인 만큼 미국과 유럽 등 대규모 시장에서 업종별 특성을 파악해 맞춤 공략으로 접근한다. 가령 인쇄량이 많은 법조계에는 안정성과 효율성을, 신속성이 중요한 언론계는 속도와 컬러 품질을 강조하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세계 주요 기업 IT 담당자 6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가능성이 제기됐다. 응답자 56%가 ‘고급 기능’과 ‘안정적인 서비스 지원’이 있다면 복합기를 교체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사진2】삼성 프린팅솔루션 사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B2B2C’ 강조에 힘입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캐나다 클라우드 프린팅기업 ‘프린터온’, 올해 브라질 프린팅솔루션기업 ‘심프레스’를 인수하며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유럽 프린팅 시장에서 20% 점유율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위 HP와 격차는 0.7%에 불과했으며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에서는 1위 업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업용 시장에서 신인으로 평가받았지만 혁신 기술과 모바일, 친환경 등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 경쟁력을 갖춰왔다”며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가격에 고급 기능을 제공해 기업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