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술로 만든 첫 네트워크 OS 나와···통신장비 자주권 확보 신호탄

ETRI, N2OS개발...오픈소스형태로 60%싸게 공급

국내 연구진이 통신장비 작동에 필요한 네트워크 운용체계(OS)를 처음 개발했다. 자체 OS를 쓰는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와 달리 국내 중소기업은 외산 OS 라이선스를 구매해 자체 장비에 맞게 수정, 사용해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국내 장비업계와 협력해 네트워크 OS인 ‘N2OS(Neutralized Network OS)’와 시제품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ETRI는 2012년 9월 프로젝트에 착수, 3년 노력 끝에 첫 결과물을 내놓았다.

Photo Image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국내 장비업계와 협력해 네트워크 OS인 N2OS와 시제품을 개발했다. 28일 우리넷 직원들이 장비 모델실에서 장비 성능검사를 하고 있다. 안양=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네트워크 OS는 인터넷 패킷(트래픽)을 해석해 장애요소를 검출하고 최적의 장비로 전달한다. 하드웨어 자원을 관리하는 핵심 소프트웨어다. 국내 업체는 IP인퓨전의 젭OS나 피카, 큐뮬러스 등 상용 OS를 구매해 사용한다.

일부 제품은 풀 패키지가 300만달러(약 35억원)에 이르고 매년 20%에 해당하는 유지보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중소 장비 업체엔 적잖은 부담이다. 국산 OS를 사용하면 비용 절감과 기업 요구사항에 신속한 대처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Photo Image
ETRI는 2012년부터 3년에 걸쳐 국내 장비업체와 협력해 첫 국산 네트워크 OS인 `N2OS`와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N2OS 구성도.

N2OS는 기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L2와 L3 스위치, 이종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터널링 기능을 지원한다. 스위치와 라우터에 필요한 수많은 프로토콜 기능을 담았고 가용성과 확장성, 재사용성 등 장점을 갖췄다. 정책 매니저와 커맨드 매니저 등 다양한 매니저 기능이 사용 편의성을 높여준다.

ETRI는 N2OS를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하고 원하는 기업에는 일정 비용을 받고 기술 이전한다. 도입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단품 기준으로 상용 OS 대비 60%가량 저렴하다. 적용 장비가 늘어날수록 비용 절감 효과는 더 커진다.

설비투자(CAPEX) 비용을 낮춰야 하는 이동통신사는 OS가 없는 화이트박스 스위치에 N2OS를 설치한 제품으로 구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인포네틱스에 따르면 화이트박스 스위치 시장은 연평균 66.4% 고공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류호용 ETRI 네트워크SW플랫폼연구실장은 “업계 사업화 지원을 위해서 외부 소프트웨어 하우스에 개방해 기술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며 “국산 OS기 때문에 가격, 커스터마이징, 요구사항 대처 등 여러 면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TRI는 N2OS와 함께 시제품 2종도 공개했다. 대만 장비업체 액톤 제품에 기존 OS 대신 N2OS를 설치했고 국내 전송장비 업체 우리넷 APN에도 적용했다. APN은 전송장비 일종인 캐리어이더넷의 소형 모델이다.

박성혁 우리넷 팀장은 “유사한 기능의 OS를 중소기업이 구매하려면 3억~10억원이 필요하다”며 “저렴한 가격으로 네트워크 시장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 스타트업, 대학 교육까지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첫걸음을 내디딘 만큼 가야 할 길은 멀다. 고사양·다기능 외산 제품에 길들여진 기업 입맛을 맞추려면 가상화 등 차세대 기능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네트워크 운용체계 개발 프로젝트는 5년 일정으로 추진된다. 남은 2년 동안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류 실장은 “하반기부터 다중 프로토콜 라벨 스위칭(MPLS)과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SDN) 기능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2017년 프로젝트 마무리 시점엔 99.999% 서비스 연속성을 보장하는 제품으로 업그레이드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